고려국(高麗國) 제안군부인(齊安郡夫人) 황보씨(皇甫氏) 묘지(墓誌) 검교상서우복야 호부시랑(檢校尙書右僕射 戶部侍郞) 조공(趙公)¹의 처인 제안군부인(齊安郡夫人) 황보씨(皇甫氏)가 병자년(의종 10, 1156 )에 목에 혹이 나는 병을 앓아 여러 해 치료하였으나 효험이 없다가 대금국(大金國) 정풍(正豊)² 6년 신사년(의종 15, 1161 ) 3월 20일에 집에서 돌아가셨다. 법흥사(法興寺)에 빈소를 차렸다가 4월 19일에 불교 방식에 따라 귀법사(歸法寺) 서산(西山) 기슭에 화장하고, 10월 22일에 유골을 거두어 홍화사(弘華寺) 동남쪽 기슭에 장례지냈다. 부인은 황주(黃州)³ 사람으로 11대조는 성간(省干)⁴인 능지(能知)이고, 6대조는 삼한공신 대광(三韓功臣 大匡)인 옥산(玉山)이며, 아버지 허(許)는 과거[貢擧]에서 제1등으로 뽑혀서⁵ 관직이 전중시어사(殿中侍御史)에 올랐다. 부인은 나면서부터 온순하고 어질었으며, 부모에게 효성스럽고 순종하였으며, 길쌈을 잘 하였다. 17세에 비녀를 꼽자 덕은 얼굴에 가득하고, 말한 것은 실지로 행동에 옮겼다. 19세에 조공(趙公)과 결혼하였는데, 시어머니를 모시는데 효성으로 공경하여 칭송을 들었다. 남편[家公]을 엄중하게 받들어 모시니 뜻에 어긋나는 일이 없었고, 조그마한 잘못이라도 있게 되면 얼굴을 숙이고 완곡하게 간하니 도움이 되는 바가 자못 많았다. 남편이 ▨을 받아 인주(仁州)⁶·곡주(谷州)⁷·충주(忠州)⁸의 세 고을의 지방관이 되자, 밖으로는 국가에 봉사하고 충절을 바칠 수 있도록 안에서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었다. 5남 5녀를 낳았는데,⁹ 세 아들이 모두 문학(文學)으로 해마다 과거에 급제하고 관한직(舘翰職)과 문사를 선발하는 일[文地之選]를 역임하면서 조정의 관리들 사이에 포진하고 있다. 아들 한 명은 출가하여 화엄종(華嚴宗)에 몸을 담았는데, 대선(大選)에 합격하여 이름 난 사찰의 주지로 있다. 이에 앞서 우리 나라에서는 세 아들이 과거에 급제하여도 그 어머니에게 창고의 곡식을 녹(祿)으로 내려주는 일이 없었는데, 형제 세 명이 급제한 날이 되자 임금이 이에 아름다운 일을 포상하고자 특별히 담당 관리에게 명을 내려 무릇 세 아들이 과거에 합격한 자는 해마다 창고의 곡식[粟] 30석(碩)을 그 어머니에게 내려주어 자식을 낳아 기른 공로를 표창하게 하였다.¹⁰ 이로부터 집안이 일어나니 당시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찬탄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세 딸은 모두 벼슬하는 집안과 결혼하였는데, 한결같이 집안의 가르침을 본받아 능히 남편의 가문을 이름 나게 하였으나, 1남 2녀는 모두 일찍 세상을 떠났다. 처음 부인은 집이 가난하였을 때 여러 아들들에게 공부를 할 것을 권하였는데 경비가 부족하면 의복을 저당잡혀 아들들에게 학자금을 마련해주었으며, 손님들이 와서 모이면 안에서 살펴보다가 만일 공부하는 선비 같으면 얼굴에 크게 기쁜 빛을 띠면서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 접대하였다. 매번 여러 아들들을 타이르며 나라에 충성하고 가정에 효도하면서 공명을 세우는 것을 뜻으로 삼도록 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몇 년 되지 않아 세 아들이 연이어 과거에 급제하였으니, 그 가르치고 타이르는 방식과 기른 능력은 고향 친척[鄕黨] 중에도 비교할 자가 없었다. 녹(祿)이 풍부해진 다음에도 비록 먼 친척이라도 빌리거나 꾸러 온 자에게는 두루 넉넉하게 해 주지 않는 적이 없었으므로, 친척들이 화목하게 지내는 교화가 구족(九族)에 드러났다. 아, 부인은 여성의 아름다움과 아내의 덕과 어머니의 법도를 모두 훌륭하게 갖추고, 조공(趙公)의 배필이 되어 현달하게 하였도다. 마땅히 상수(上壽 : 100세)를 누려 여러 아들들의 부귀를 보아야 할 터인데, 어찌 겨우 중수(中壽 : 80세)에 이르러 갑자기 운명을 다하시는가. 한탄하여도 미치지 못하나, 세 아들이 훌륭한 임금을 만나 마음대로 뜻을 펼치는 것을 보았도다. 명(銘)하여 이른다. 부인의 덕은 어질고 온순하니 타고난 것이라 우리의 덕스러운 가문과 결혼하니 아내로서 더욱 마땅하고 시어머니를 힘써 모시면서 아랫사람을 자애롭게 돌보도다. 세 차례나 남편과 더불어 지방으로 내려가 고을을 다스렸는데 안에서 보좌하기 더욱 많았으나 털끝만큼도 사사로움이 없었네. 여러 아들들을 낳으니 그 집안의 아들답다고 불리웠는데 자라서 학문의 길을 떠나자 예의로써 가르치니 맹자(孟子)¹¹의 어머니와 고요(陶 : 皐陶)¹²의 어머니가 어찌 이보다 더함이 있으랴. 훌륭하도다, 세 아들이여. 주머니의 송곳이 삐져나오듯 재주가 뛰어나고 잇달아 과거시험에 합격하기를 마치 턱수염을 뽑는 듯하였도다. 황제께서 자식을 낳아 기른 수고를 헤아리시어 창고의 곡식을 이렇게 내려주시니 가문이 더욱 성대해지고 사람들은 부러워하도다. 아, 부인이시어, 마땅히 장수와 평안을 누리면서 여러 아들들이 좋은 임금을 만나 뜻을 펴는 그런 모습을 보아야 할 터인데 어찌 장수하지 못하셨는가. 제수(祭需)[山舟]는 빽빽하게 차려졌으나 무덤의 문이 한번 닫기니 안개도 슬퍼하고 구름도 비통하다. 돌에 새겨 아름다움을 기리니 천년 동안 영원히 보이리라. 정풍(正豊) 6년 신사년(의종 15, 1161 ) 10월 22일에 ▨▨이 쓴다.

高麗國齊安郡夫人皇甫氏墓誌」 檢校尙書右僕射戶部侍郞趙公妻齊安郡夫」 人皇甫氏越丙子年遘癭瘤疾歷數年醫療無」 效至大金國正豊六年辛巳三月二十日歿於」 私第殯于法興寺四月十九日依佛氏火葬于」 歸法寺西山之麓越十月二十二日收骸骨葬」 于弘華寺之東南之麓夫人黃州人十一代祖省」 干諱能知六代祖三韓功臣大匡諱玉山父諱許」 以貢擧推第一人及第官至殿中侍御史夫人」 生而柔惠孝順父母善理絲枲十七笄德充於」 容行踐於言十九配于趙公奉姑以孝謹聞家」 公嚴重敬事無違志如有小失低顔諷諫多所」 裨益及家公▨承仁谷忠三州外寄奉公忠節內」 補居多生五男五女而三子俱以文學連年取」 科第歷舘翰文地之選布列於朝廷人一子出」 家投華嚴業中大選得住名藍先是　本朝三」 子登第者其母未有祿廩之賜及兄弟三人擢」 第之日　上乃褒嘉特下命有司凡三子登科」 者每年以廩粟三十碩給其母以旌劬勞之效」 自此家始時人莫不歆豔三女俱適于衣冠之」 族皆遵家戒以能名于夫族一男二女並早世」 初夫人家貧時勸諸子遊學資糧不足至典衣」 供給諸子賓客來集自內窺之若文學之士喜」 殷於色設酒饌以待之每訓諸子忠國孝家立」 功名爲意以是不數年三子繼踵取科第其敎」 義之方主饋之能鄕黨鮮有比之者及祿豊雖」 疎屬丏貸者無不周贍故親親之化形於九族」 嗚呼夫人以女美婦德母儀之具美配趙公之」 顯秩宜延上壽以觀諸郞之富貴奈何纔及中」 壽奄終大數所恨不及見三子縱壑昴霄云銘曰」 夫人之德 柔惠生資 配我德門 家室其宜」 奉姑甚謹 惠下以慈 三與家公 出守州麾」 內補尤多 秋毫無私 克生衆子 稱其家兒」 及長遊學 訓以禮儀 孟母陶母 何以加玆」 卓矣三子 穎脫不羇 踵登科第 若摘頷髦」 帝念劬勞 廩粟是縻 門戶克壯 時人榮之」 嗚呼夫人 宜享壽稘 以觀諸郞 縱壑之姿」 奈何不永 山舟密移 佳城一閉 煙慘雲悲」 勒石頌美 永示千斯」 時正豊六年辛巳十月二十二日 ▨▨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