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元故將仕郞遼陽路盖州判官高麗國正順大夫檢校成均大司成藝文館提學同知春秋館事崔君墓誌 皇朝進士有名東方者曰雞林崔壽翁始除盖州判官地僻職冗居五月移病東歸不復于朝雖仕本國才奇志高不容於時年五十四至元六年庚辰六月十日壬辰以病卒葬有日其弟監察糾正潪以所爲行狀來乞墓銘曰吾兄之才不愧于古而吾兄之志不行于世卒至官不達齒不高無澤以及物無子以爲後其又不克銘諸幽堂以列其行則吾負吾兄矣知吾兄莫如子宜爲銘糓義不可辭次廼其世系而叙其行實焉君諱瀣一字彥明父遠祖允順仕新羅官至太守世家雞林府曾祖諱某慶州司兵贈軍簿判書祖諱某檢校軍器監贈版圖判書考諱伯倫狀元及第名聞于朝授高麗王京儒學敎授累遷本國民部議郞階中顯大夫妣任氏封晋陽郡夫人大護軍致仕諱某之女也君幼穎悟九歲能詩旣長學日進大爲先輩所服未及冠再以詞賦試有司試輒中之初罷成均學諭選藝文春秋館檢閱尋以事貶監長沙務旣又復選注簿藝文春秋館由注簿拜長興庫使遷成均館丞藝文應敎典校典儀二副令檢校大司成君之所歷如是君讀書爲文辭不資師友講習超然自得於義理之歸不惑異端不溺俗習而務合於古人至論同異苟知其正雖老師宿儒爲時所宗者且詰且折確持不變君之所學如是延祐科興聞詔乃曰可試所學旣而果中辛酉科狀元宋祭酒稱其才屢形於詩自是名益著異已者益不喜而益排之君又不善伺候放蕩敢言而喜說人善惡故輒擧輒斥卒不大用然取友必端知命無憂不以仕已喜慍惟以詩酒自娛常選本國名賢所著題其目東人之文凡二十五卷平生不理家人生產自號拙翁後居城南獅子山下開園曰取足遂稱猊山農隱卒葬其山之東家甚貧凡知君者爭致賻乃克葬君再取先取檢校評理潘永源之女生一女適士人池爕後取通禮門祗候蔡興之女生二女皆幼無子銘曰 嗚呼崔君不覊不羣私淑其學好古而文奮不牽俗陽狂敢言雖無其年名有可傳雖無其子弟有可倚彼位我德孰失孰得君自不疑其又奚悲猊山之東馬鬣之封千載之下知有拙翁

대원 고장사랑 요양로개주판관 고려국 정순대부 검교성균관대사성 예문관제학 동지춘추관사 최군묘지(大元 故將仕郞 遼陽路盖州判官 高麗國 正順大夫 檢校成均大司成 藝文館堤學 同知春秋館事崔 君墓誌) 원나라 진사(進士)로 동방에 유명한 자가 있으니, 계림(雞林) 최수옹(崔壽翁)이다. 처음 개주판관(盖州判官)이 되었는데, 지역이 궁벽하고 직무가 번거로워 머문지 5개월만에 병으로 사직하고 고려로 돌아와서 원나라에 다시 벼슬하지 않았다. 비록 고려에서 벼슬했으나, 재주가 기이하고 뜻이 높아 당시에는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나이 54세로 지원(至元 : 後至元) 6년 경진(충혜왕 복위1, 1340) 6월 10일 임인(壬寅)에 병으로 세상을 마쳤다. 장례 날짜가 정해지자 공의 아우 감찰규정(監察糾正) 지(潪)가 자기가 지은 행장(行狀)을 가지고 와서 묘지명을 청하며 말하기를, “우리 형님의 재주는 옛날 사람에 부끄럽지 않았는데 뜻을 행하지 못하고 끝내 벼슬도 높지 못하였습니다. 나이가 많지 않아 은택을 남에게 미치지 못하고, 아들이 뒤를 잇지도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무덤에 명문(銘文)을 적어 그 행적을 기록하지 않으면, 저는 우리 형님을 저버리는 것입니다. 우리 형님을 알기로는 그대만한 이가 없으니 명문을 지어주십시오” 라고 하였다. 나는 의리상 사양하지 못하여 이에 그 세계(世系)를 차례대로 하고 그 행실(行實)을 서술한다. 군의 이름은 해(瀣)이며, 자(字)는 언명부(彦明父)이다. 먼 조상 윤순(允順)이 신라에 벼슬하여 관직이 태수(太守)에 이르렀고, 대대로 계림부(雞林府)에서 살았다. 증조부 모(某)는 경주사병(慶州司兵)이며, 군부판서(軍簿判書)에 추증되었다. 조부 모(某)는 겸교군기감(檢校軍器監)이며, 판도판서(版圖判書)에 추증되었다. 부친 백륜(伯倫)은 장원급제하여 조정에 알려져, 고려왕경유학교수(高麗王京儒學敎授)에 제수되었다. 여러 차례 영전하여 고려의 민부의랑(民部議郞)이 되었으며, 관계(官階)는 중현대부(中顯大夫)이다. 모친은 임씨(任氏)로서, 진양군부인(晉陽郡夫人)에 봉하여졌다. 대호군(大護軍) 벼슬을 그만둔 모(某)의 딸이다. 군은 어려서부터 뛰어나고 총명하여 9세 때 시를 지을 수 있었고, 장성해서는 학문이 날로 진취하여 선비들이 크게 탄복하였다. 20세 전에 두 번 사부(詞賦)로써 유사(有司) 시험에 응시하였는데, 모두 합격하였다.¹ 처음에 성균학유(成均學諭)에서 파직당하고, 예문춘추관 검열(藝文春秋館 檢閱)에 선발되었다가 얼마 후 사정으로 장사감무(長沙監務)로 좌천되었다. 얼마 후 또 다시 예문춘추관 주부(注簿)에 선발되었고, 주부에서 장흥고사(長興庫使)에 임명되었다가 관직을 옮겨 성균관승 예문응교(成均館丞 藝文應敎) 전교 전의 이부령 검교대사성(典校 典儀 二副令 檢校大司成)이 되었다. 군의 경력은 이와 같다. 군은 글을 읽고 문장을 짓는데, 스승과 친구의 가르침을 받지 않고 초연히 의리의 귀추(歸趨)를 깨달았으며, 이단(異端)에 현혹되지 않고 속습(俗習)에 빠지지 않으면서 옛날 사람과 합치되기에 힘썼다. 의론(議論)이 같고 다름이 있는 데에 이르러서는 참으로 그 정도임을 알면, 비록 노사숙유(老師宿儒)로서 당시 으뜸이 되는 이라 할지라도 힐문하고 또 꺾으며 자기의 생각을 확고히 하며 변하지 않았으니 군의 배운 바가 이러하였다. 연우(延祐 : 元 仁宗의 연호, 1314~1319)연간에 과거를 실시한다는 조서를 듣고서 말하기를, “배운 바를 시험해 볼 것이다.” 라고 하였다. 과연 신유년(충숙왕 8, 1321 ) 과거에서 장원으로 합격하였다. 송제주(宋祭酒)²가 그의 재주를 칭찬하여 자주 시에서 말하니, 여기서부터 명성이 더욱 드러났다. 자기와 다른 것을 좋아하지 않고 더욱 멀리 배격하였다. 군은 윗사람을 찾아다니면서 문안드리는 일을 잘하지 않았다. 방자하고 과감하게 말하면서 남의 선악을 말하기 좋아하였다. 그 때문에 벼슬에 올랐다가는 곧 쫓겨나 크게 쓰이지 못하였다. 그러나 반드시 단정한 사람과 벗하고 천명을 알아 걱정이 없어서, 벼슬을 하고 하지 않는 것으로 기뻐하거나 노여워하지 않고, 다만 시와 술로써 스스로를 즐거워하였다. 일찍이 고려 명현(名賢)의 저술들을 뽑아 그 제목을 『동인지문(東人之文)』³이라 붙이니 무릇 25권이나 되었다. 평생에 산업에 종사하지 않으며 스스로 졸옹(拙翁)이라 하였다. 후에 성남(城南) 사자산(獅子山) 아래 살았는데, 농원을 개발하여 “취족(取足)”이라 이름 붙이고, 마침내 “예산농은(猊山農隱)”이라 하였다. 죽어서 그 산의 동쪽 언덕에 장사지냈다. 집안이 몹시 가난하여 군을 아는 이들이 부의를 보내어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군은 두 번 결혼했다. 첫째 부인은 검교평리(檢校評理) 반영원(潘永源)의 딸이다. 딸 하나를 낳았고, 사인(士人) 지섭(池燮)에게 출가하였다. 둘째 부인은 통례문지후(通禮門祗候) 채흥(蔡興)의 딸이다. 딸 둘을 낳았는데 모두 어리고 아들은 없다. 명문(銘文)에 이르기를, 오호라! 최군이여, 홀로 얽매이지도 섞이지도 않았네. 사숙한 그 학문이며, 옛 것을 좋아한 문장이여. 분연히 세속에 끌리지 않았고, 미친 척 과감히 말함이여. 나이는 많지 않으나 이름은 전할 수 있고, 아들은 없으나 아우가 있어 의지할 만 하네. 그들은 지위 나는 덕이니, 득실이 누구인고 그대 스스로 의심하지 않았으니, 그 또한 무엇을 슬퍼하겠는가. 예산(猊山)⁴ 동쪽 언덕에 말갈기와 같은 무덤(馬鬣)⁵이 있으니 천년을 내려가도 졸옹(拙翁)이 있다는 것을 알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