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高麗)의 돌아가신 당성군부인 홍씨(唐城郡夫人 洪氏) 묘지명 및 서문 돌아가신 연흥군(延興君) 행산(杏山) 노선생(老先生)에게 손자가 있으니, 이름이 문보(文珤)이다. 그 문객인 서원(西原)¹ 정포(鄭誧)를 통하여 어머니의 행적을 적어 가지고 와서 울면서 말하였다. “선생께서는 일찍부터 우리 아버지와 우리 외숙과 모두 오랫동안 친분이 있습니다. 우리 어머니 무덤에 묘지명이 없을 수 없는데, 선생이 아니시면 누구에게 청하겠습니까.” 내가 말하였다. “아, 그러하다면 보잘 것 없는 글을 어찌 족히 아끼겠소.” 생각하건대 당성 홍씨(唐城 洪氏)는 우리 나라의 명망 있는 집안[望族]이다. 조부 자번(子藩)은 충렬왕(忠烈王)을 도와 나라의 태재(太宰)가 된 지 15년 동안 지위가 첨의중찬(僉議中贊)이었고, 아버지 경(敬)은 선친의 대를 이어 벼슬이 찬성사(贊成事)에 이르렀다. 부인은 나이 13세에 뽑혀서 박씨(朴氏) 집으로 들어가 행산(杏山) 가문의 며느리가 되었으니, 실로 광정대부 전 정당문학(匡靖大夫 前 政堂文學) 원(遠)의 아내로 당성군부인(唐城郡夫人)에 봉해졌다. 장남 인룡(仁龍)은 작고하였는데 판도정랑(版圖正郞)이었고, 차남이 바로 문보(文珤)인데 전의시승(典儀寺丞)이 되었다. 3남 덕룡(德龍)은 동부부령(東部副令)이고, 4남 수룡(壽龍)은 천우위별장(千牛衛別將)이며, 5남 천룡(天龍)은 수릉직(綏陵直)이다. 장녀는 왕연(王璉)의 배필로 익흥군부인(益興君夫人)이 되었으며 차녀는 선비 집안[士族]에 출가하여 산원(散員) 허령(許齡)의 처가 되었다. 부인은 지원(至元)² 무자년(충렬왕 14, 1288)에 태어났으며, 후지원(後至元)³ 병자년(충숙왕 복위5, 1336)에 이르러 49세에 병이 들어 7월 신유일에 세상을 떠났다. 11월 갑술일에 삼랑산(三郞山) 언덕에 무덤을 정하게 되었다. 장례를 지낼 때 인룡은 이미 작고하였고, 정당공(政堂公)은 (원의) 서울에 가서 돌아오지 못하였으니, 슬프다. 명(銘)하여 이른다. 오래 되었도다 홍씨 가문이여, 귀한 명성이 하늘의 동쪽에 퍼졌네. 공을 쌓지 않고 덕을 후하게 하지 않았으면 어찌 성하고 풍요할 수 있는가. 문관과 무관으로 덕이 있고 공이 있어 이 나라[靑社]를 힘써 돕고 대대로 충성으로 다스렸네. 태재(太宰 : 洪子藩)의 손자에 부인이 있으니 아리땁고 어려서 어버이를 받드니 형제 중에 제일 귀여움을 받았네. 여자의 갈 길을 택하여 박씨 가문에 출가하여 그 집안에 들어가니 시부모가 기뻐하였네. 아녀자의 예절에 힘쓰고 지어미의 도리도 잘 지켰으며 남편을 받들어 섬기되 훈계로서 경계하였도다. 집안일을 잘 다스려 준비성 있고 모자라지 않게 하였으며 복도 또한 많아서, 다섯 아들에 두 딸을 두었네. 모두들 말하기를 부인은 장수와 복을 누릴 날들이 멀었다 하였는데 어찌 그 몸은 어질고 밝은데도 장수하지 못하였는가. 남편은 멀리 가 있으니 돌아와도 모실 사람이 없고 황천길은 멀고 먼데 천 년의 한만 남았으니 아, 슬프도다. 병자년(충숙왕 복위 5, 1336) 11월 일 칙수 장사랑 전 요양로 개주판관(勅授 將仕郞 前 遼陽路 盖州判官)으로 호가 졸옹(拙翁)인 계림(鷄林) 사람 최해(崔瀣)가 짓다. 〔출전:『역주 고려묘지명집성(상)』(2001)〕

　　高麗故唐城郡夫人洪氏墓誌銘(幷序) 故延興君杏山老先生有孫名文珤以其客西原鄭誧狀先夫人之行來泣而言曰惟先生嘗與吾父與吾舅俱有年契吾母之藏不可無銘非先生誰謁焉予曰嗚呼其然鄙文安足惜按唐城洪氏爲東方望族祖諱子藩相忠烈王爲國太宰十五年位僉議中贊考諱敬階其先積▨▨官至贊成事夫人年十三選歸朴氏爲杏山家婦實匡靖大夫前政堂文學遠之妻封唐城郡夫人長子仁龍故版圖正郞次子卽文珤爲典儀寺丞次德龍東部副令次壽龍千牛衛別將次天龍綏陵直女配王氏璉爲益興君夫人次嫁士族爲散員許齡妻夫人之生在至元戊子至後至元丙子春秋四十有九而病卒以七月辛酉葬以十一月甲辰宅兆三郞山之原其葬也仁龍已卒而政堂公赴輦下不及臨悲哉銘曰　 粵若洪宗貴擅天東匪積匪厚曷殷而豊維文維武有德有功力贊靑社世濟以忠太宰之孫有夫人美幼奉迺親愛鍾衆子爰擇所從適于朴氏自其入門舅姑以喜旣敦女範又婉婦儀承事夫子以箴以規董治家政有備無虧亦克多慶五男二女謂言夫人享祿未艾胡哲其身年則不逮夫子出遊歸也無侍泉路幽幽留恨千載嗚呼哀哉 　　　　丙子十一月　日 　　　　　勅授將仕郞前遼陽路盖州判官號拙翁鷄林　崔　瀣　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