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가군부인 권씨(永嘉郡夫人 權氏) 묘지명지순 (至順) 3년(충숙왕 복위, 1332) 3월 고려의 광정대부 전정당문학(匡靖大夫 前政堂文學)인 이제현의 처인 영가군부인(永嘉郡夫人) 권씨(權氏)가 병이 들어, 이 달 28일 정유(丁酉)일에 양제방(楊堤坊)의 집에서 별세하였다. 장례 날짜는 4월 기미(己未)일이 길하고, 장지는 옛 임진현(臨津縣) 북쪽에 있는 장화사(章和寺) 남쪽 언덕이 또 길하다고 하였다. 이때 이공(李公)이 울면서 같은 군(郡) 사람인 최모(崔某 : 崔瀣)에게 말하기를, "아, 불행히도 갑자기 아내를 잃었고, 그 혼을 위로할 길이 없네. 자네는 나를 오랫 동안 그리고 자세히 알고 있네. 나를 위해 묘지명을 지어주지 않겠나?" 하였다. 나는 감히 사양하지 못했다. 물러 나와 그 사실을 모아 서술한다. 부인은 지원(至元) 무자년(충렬왕 14, 1288)에 태어나, 지금 임신년(충숙왕 복위, 1332) 45세이다. 증조부 위(韙)는 고(故) 한림학사(翰林學士)이다. 조부 단(㫜)은 고(故) 첨의정승(僉議政丞)으로 시호는 문청공(文淸公)이다. 아버지 부(溥)는 지금 삼중대광 영가부원군(三重大匡 永嘉府院君)이다. 시령(始寧 : 황해도 신천군 문화면) 유씨(柳氏)를 부인으로 맞이하였다. 변한국부인(卞韓國夫人)에 봉해졌으며, 고(故) 지첨의(知僉議)인 승(陞)의 딸이다. 이 분이 부인을 낳았다. 권씨는 실로 영가군(永嘉郡 : 경북 안동)의 망족(望族)이다. 여러 친인척이 귀하게 되었다. 부인은 부드럽고 총명하여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15세때 배필을 골라 이씨(李氏) 집안에 시집을 갔다. 이공은 연우(延祐 : 1314~1320)초 대위왕(大尉王 : 충선왕)을 따라 원나라 수도에 머물렀다. 오가느라 집에 머물지 않은지 10여 년이나 되었다. 부인은 남편의 집안을 섬기면서 부도(婦道)를 다하였다. 시부모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며느리의 도리를 다하여 시부모가 돌아가실 때까지 그분들의 마음을 기쁘게 하였다. 윗 사람을 받들고 아래 사람을 거느리고, 비용을 마련하고 손님을 접대하는데 반드시 삼가하고 조심하며, 항상 법도가 있었다. 평생 아무 탈이 없었다. 바깥채에 가지 않고 안채에 있으면서 하루도 길쌈하지 않는 날이 없었다. 일가 친척을 모시기를 즐겨하였다. 비록 화목함을 돈독하게 하면서도 그들과 함께 지나치게 가까이 하지 않았다. 대개 그 부인이 내외의 구분을 엄하게 하는 것이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이지 억지로 한 것은 아니었다. 이공은 어려서부터 벼슬하여 재상의 지위에 오르기까지 집안의 일로 허물이 되지 않았다. 학문에 전념하여 나라의 이름난 신하가 된 것은 내조에서 비롯한 것이다. 아, 착한 일을 한 사람이 반드시 복을 받지 않고, 악한 일을 한 사람에게 반드시 화가 미치지 않는데에는 하늘이 그렇게 한 까닭이 있는 것이다. 누가 부인의 아름다운 나이가 오래가지 못하고 여기에서 그칠 것이라 생각했겠는가. 아들은 3명을 낳았다. 장남 서종(瑞種)은 통직랑 전홍복도감판관(通直郞 前弘福都監判官)이다. 차남 달존(達尊)은 승봉랑봉거서령(承奉郞奉車署令)이다. 막내는 일년도 채 되지 않아 부인이 병으로 젖을 먹이지 않아 죽었다. 딸은 4명이다. 하나는 좌우위호군(左右衛 護軍) 임덕수(任德秀)에게 시집을 갔고, 나머지는 아직 어리다. 명(銘)하기를, 융성한 집안에서 태어나 명문의 가문에 시집갔고 여러 해 동안 덕을 쌓아 규문(閨門)에 예의가 있었다. 아녀자의 도리를 따른다면 부인과 같아야 할지어다. 오직 수명을 아꼈으니 하소연할 데가 없이 아득할 뿐이네

　　　　　永嘉郡夫人權氏墓誌銘 至順三年三月高麗國匡靖大夫前政堂文學李公齊賢之妻永嘉郡夫人權氏感疾以是月廿八日丁酉卒于楊堤坊之第謀所以藏卜日得四月己未吉其古臨津縣北章和寺之南原又吉於是李公泣謂同郡人崔某曰嗟予不幸遽喪良嫓顧無以慰藉其魂子知予㝡久且詳盍爲我銘其藏某不敢辭退摭其實而叙之曰夫人生於至元戊子至今壬申年四十有五曾大父諱韙故翰林學士大父諱㫜故僉議政丞謚文淸公父名溥今三重大匡永嘉府院君君受室始寧柳氏封卞韓國夫人故知僉議諱陞之女也是生夫人權氏實永嘉之望親婣列位旣貴且或夫人在室以柔婉聦慧爲父母所鍾愛年十五擇其歸適李氏李公自延祐初從　大尉先王居都下往來不在家者有十餘年之久而夫人事夫家盡婦道逮舅姑之終甚得其懽心焉其承上御下制資用奉賔客必謹必飭俱有常法平生無故足不至堂處於閤中未甞一日捨紅而嬉其待宗戚雖克敦雍睦亦不與之相狎盖其閨門嚴內外之別自有受之非强之也李公自少年從仕至登政府不以家事爲累專其學問爲國名臣者由內助致之焉耳嗚呼爲善者未必受福爲惡者不必及旤天之任此責其有矣孰以夫人之今年不克永而止於此耶其不可知也已凡生子男三人長曰瑞種通直郞前弘福都監判官次曰達尊承奉郞奉車署令季未周歲夫人病乳哺失節後十日而亡女四人一適左右衞護軍任德秀三處且幼銘曰 生盛族配名家積世德蕫閨門有禮法順女則嗟若夫人兮獨靳年討之無所兮惟漠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