殤子法源壙銘 沙彌法源吾子也捨吾姓而從釋氏者也年十一投禪師䂓公祝髮爲衲僧事師甚謹性警悟凡使令輒迎導其意不須頤指故師最愛之在寺暴得病至吾家臥一宵明日而化間三日瘞于山噫何其倏忽也如此歲金龍月黃鍾剃度年水馬律夾鍾反眞爲僧凡一十六月耳予遂爲銘詞刻三尺木板納于壙寓哀而已其身與銘不如速朽何必鑱諸石壽其傳哉銘曰 僧其服一日足況二冬一夏汝死猶可

어려서 죽은 아들 법원(法源)의 묘지명(壙銘) 사미(沙彌) 법원(法源)은 내 아들이다. 내 성(姓)을 버리고 석씨(釋氏)를 따른 것이다. 11세에 선사(禪師) 규공(規公)을 찾아가 머리 깎고 중이 되었다. 스승 섬기기를 매우 근실히 하였고, 천성이 영민하여 심부름을 시키면 시키는 뜻에 맞게 하므로 일일이 지시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므로 스승이 가장 사랑하였다. 절에서 갑자기 병을 얻어 내 집에 와서 하룻밤 누워 있다가 다음날 죽으매 3일 후에 산에 묻으니, 아! 어찌 이렇게도 빠른가? 금룡년(歲金龍 : 고종 7, 1220) 11월(月黃鍾) 중이 되었다가, 수마년(年水馬 : 고종 9, 1222) 2월(律夾鍾) 저 세상으로 갔다. 중이 된 지는 무릇 16개월이었다. 내가 드디어 명을 지어 석 자 나무 관에 새겨서 무덤 속에 넣으니, 슬픈 뜻을 적는 것 뿐이다. 그 시체나 묘지명은 빨리 썩는 것만 같이 못하거늘, 어찌 꼭 돌에 새겨서 오래도록 전하게 할 필요가 있겠는가? 다음과 같이 명을 짓는다. 중 옷은 하루만 입어보아도 족한데 하물며 두 해 겨울, 한 해 여름을 입었음에랴! 네가 죽은 것은 오히려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