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밀원사 예부상서 보문각대학사(樞密院使 禮部尙書 寶文閣大學士) 최공(崔公) 묘지 및 명 ▨ 이른바 예전에 나라라고 하면 반드시 대대로 벼슬한 집안 출신의 신하[世臣]가 있어서 덕을 쌓고 선행을 거듭하여 가업을 쇠락하게 하지 않아야 하고, 그렇게 한 뒤에야 가히 국상(國相)과 더불어 끝까지 ▨ 이어져 궁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양공(楊公)은 한(漢)에서 4대 동안 공(公)이 되고, 왕씨(王氏)는 회수(淮水)¹가 흘러 가듯이 진(晉)에서 잇달아 벼슬하였으니 『전(傳)』에 이르기를, ‘오래된 덕(德)이 있은 뒤에야 흥하게 된다’라고 하였다. ▨▨ 한남(漢南)² 최씨(崔氏)이고, 이름은 효사(孝思)인데, 탄(坦)으로 고쳤다. 또한 해동(海東)의 이름난 가문[著姓]이니, 그 선조는 계림(雞林)³으로부터 이 주(州)로 적(籍)을 옮겼다. 내사령(內史令) 사위(士威)는 공의 6대조인데, 숙종(肅宗) 때에 내난(內難)을 평정하는 것을 도와 사후 묘정(廟庭)에 배향되었다. 증조는 참정(叅政) 계방(繼芳)으로 시호는 화순공(和順公)이고, 조부 평장사(平章事) 함(諴)은 시호가 문간공(文簡公)으로 인종(仁宗)을 도와 사직을 지킨 뛰어난 공이 있었다. 아버지는 예부낭중(禮部郞中) 광세(光世)이고, 어머니는 경원군대부인 이씨(慶源郡大夫人 李氏)인데 바로 공을 낳았다. 공은 성품이 총명하고 기억력이 남보다 뛰어났다. 어려서 문음(門蔭)으로 나아가 관복(官服)을 입고 근무하면서, 나머지 시간에는 책을 읽고 글을 지었다. 국학[國庠]에 들어가 상국(相國) 김영윤(金永胤)의 문하에서 과거에 합격하였다.⁴ 관례에 따라 중화현(中和縣)⁵에 보임되었는데, 메뚜기 떼들이 온 경내로 날아 들어왔다. 공이 경내를 다니면서 기도하고 하늘에 고하자 갑자기 큰 비가 내려 그 재앙이 곧 그쳤다. 이로써 치적의 평가에서 최고를 받고 들어와 경덕궁녹사(敬德宮錄事)에 임명되었다. 명종(明宗) 8년(1178)에 찰방사(察訪使)를 파견하여 주군을 다니면서 부임한 수령(守令)의 치적을 평가하였는데, 공이 1등으로 뽑혀 도교서령 겸 군부참모(都校署令 兼 軍府叅謀)가 되었다. 다시 북방의 여러 성들을 순행하며 군사와 무기를 검열하고, 돌아와 대복승(大僕丞)이 되었다. 추밀원당후관(樞密院堂後官)에 발탁되어 중앙과 지방에 파견되는 사자(使者)를 도와 밤중까지 자지 않으니, 그 공으로 권감찰어사(權監察御史)가 되어 북로(北路)의 행대(行臺)⁶를 오고갔으며, 잠시 뒤 진(眞, 監察御史)이 되었다. 여러 번 옮기면서 시어사(侍御史)가 되고 자금어대(紫金魚袋)를 하사받았다. 기거사인 겸 태자사경랑(起居舍人 兼 太子司經郞)에 임명되었다가 경상주도 안찰사 겸 울주·금주·양주 점군사(慶尙州道 按擦使 兼 蔚·金·梁州 點軍使)가 되어 나갔는데, 일을 명확하게 처리하고 지체하지 않으니 이민(吏民)들이 능히 속이지 못하였다. 이듬해 임금<明宗>의 큰 동생인 평량공(平凉公, 神宗)이 대저(代邸, 潛邸)로부터 들어와 왕위에 오르자, 금(大金)에서 선문사(宣問使)를 보내어 (임금이) 바뀌게 된 모든 사정을 살피게 하였다. 이에 공에게 명하여 국경[關]에서 사절들과 동행하게 하였는데, 임무를 끝내고 돌아오자 일을 잘 처리하였다고 하여 중서사인(中書舍人)을 거쳐 호부시랑 우간의대부(戶部侍郞 右諫議大夫)로 승진하고, 얼마 되지 않아 이부(吏部)로 옮겼다. 마침 임금이 왕태자(王太子)를 책봉하면서 공을 독책사(讀冊使)로 삼으니, 은총이 관례보다 더욱 두터웠다. 곧 국자제주 한림학사(國子祭酒 翰林學士)에 임명되자 이에 사마시(司馬試)를 주관하였다.⁷ 이듬해 봄에 동쪽 변방을 다스리러 나갔는데 조정의 의논이 모두 공이 전고(典故)를 잘 알고 있으므로, 왕명의 출납을 담당하는 직책[喉舌]을 맡겨 도(道)로써 임금의 교화를 베풀도록 하자고 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 곧 추밀원지주사(樞密院知奏事)에 임명되었다. 처음부터 이 관직에 이르기까지 무릇 대각(臺閣)을 출입한 지가 무릇 십여 년이 되었지만 털끝만큼의 과실도 없었으며, 관직을 역임하면서 지제고(知制誥)[三字]를 겸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드디어 동지공거[貳春司]가 되어 과거를 주관하여 이름난 선비들을 많이 뽑았다.⁸ 이에 첨서추밀원사 우산기상시(簽書樞密院事 右散騎常侍)가 되고, 다음해에는 동지원사 한림학사승지(同知院事 翰林學士承旨)에 임명되었으며, 추밀원사 예부상서 보문각대학사(樞密院使 禮部尙書 寶文閣大學士)로 벼슬에서 물러나 은퇴하였다. 공은 청렴하고 결백함을 스스로 지켜서 속인들과 교유하는 것을 달가와하지 않았으므로, 벼슬에서 물러나자 마을의 집에서 기거하면서 문을 닫아걸고 ▨ 깨끗이 하여 항상 마음을 편안하게 지냈다. 금(大金) 정우(貞祐)⁹ 6년(고종 5, 1218) 여름에 병이 들었는데 회복하지 못하니, 춘추 79세이다. 5월 15일 영악산(靈岳山) 서쪽 기슭에 장례지냈는데, 서울에서 4리 남짓 떨어져 있다. 일찍이 천부소경(泉府少卿) 박순고(朴純古)의 딸과 결혼하여 자녀로 아들은 두 명을 두었다. 장남은 머리를 깎고 선(禪)을 공부하여 대선(大選)에 뽑혔으며 이름난 가람의 주지를 역임하였다. 차남은 병과(丙科)에 합격하였으나 공보다 먼저 죽었다. 딸은 세 명인데 모두 집에 있으며, 손자들도 많다. 공이 사는 집에 일찍이 흉한 소문이 있어 (그 집을 사고자) 물어보는 사람들이 없었는데, 공이 사들여 거주하였다. 누군가 말하기를 “이 땅은 주인에게 이롭지 못합니다.”라고 하자, 공은 웃으면서 말하기를 “길흉은 사람에게 달려있지, 땅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하였다. 과연 추부(樞府)에 등용되고 10여 년이 지나 은퇴하는 즐거움을 누리기까지 끝내 허물이 없었으니, 참으로 이른바 천명(天命)을 아는 군자라고 할 것이다. 명(銘)하여 이른다. 지위는 추상(樞相)에 올랐으니 때를 못 만났다고 할 수가 없고 나이는 팔순에 이르렀으니 장수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도다. 현명함으로써 능히 그 몸을 지킬 수 있었고 ▨는 능히 ▨ 뒤에도 ▨하게 하였다. 돌에 새겨 아름다운 이름을 남기니 이 산과 함께 오래도록 전해지리로다. 정우(貞祐) 6년(고종 5, 1218) 5월 일 쓰다. [출전　:　『역주 고려묘지명집성(상)』(2001)]

　　　　樞密院使禮部尙書寶文閣大學士崔公墓誌幷銘」 ▨▨古國者必有世臣積德累行不墜箕裘之業▨後可以與國相終始而」 ▨永不窮也楊公在漢四女爲公王氏仕晋與淮共流傳曰德遠而後興」 ▨▨漢南崔氏名孝思改名坦亦海東著姓也其先自雞林移籍此州至」 ▨令士威於公爲六代祖在肅王時佐淸內難及卒配饗廟庭曾祖叅政」 ▨芳諡和順公祖平章事諴諡文簡公翊戴　仁廟有衛社殊功考禮部」 郎▨光世妣慶源郡大夫人李氏實生公焉天資聦敏記性過人少推門蔭」 飄纓弃綺紈餘習讀書而文詞入游國庠於金相國永胤門下登科例」 補中和縣周有飛蝗入境公巡祈告忽大雨其災卽息以課最入調敬」 ▨宮錄事　明王八年分遣察訪使行問州郡前後守令政績公登第一由」 是驟遷都校署令兼軍府叅謀再巡北塞諸城檢閱戎備還爲大僕丞擢樞」 密院堂後官差遣中外使佐至夜不得寐以其勞權監察御史往赴北路」 行臺俄卽眞累轉侍御史　賜紫金魚除起居舍人兼太子司經郎出爲慶」 尙州道按察兼蔚金梁州點軍使剖決無留吏民不能欺明年」 王大弟平凉公自代邸入踐大寶大金遣宣問使察具變爰命公到關」 伴行使還稱旨自中書舍人遷戶部侍郎右諫議大夫俄改吏部會」 上策王太子以公充讀冊使恩例尤厚卽除國子祭酒翰林學士仍掌司」 馬試明春出鎭東陲朝議皆以公爲諳練典故宜居喉舌以道宣王化由」 ▨尋拜樞密院知奏事自初至於此凡出入臺閣凡十有餘未有毫過」 失所歷無不帶三字遂貳春司典貢士籍所取多知名士爰授簽書樞密」 院事右散騎常侍踰年授同知院事翰林學士承旨卒以樞密院使禮部尙」 書寶文閣大學士致仕公廉介自守不喜與俗人交旣納政居里第閉門」 ▨掃常晏然也至大金貞祐六年夏寢疾不起春秋七十九五月十有五日」 葬于靈岳山西麓去京城四里許甞娶泉府少卿朴純古女生子男二人」 長祝髮學禪陟大選歷住名藍次登丙第先公死子女三人皆有家」 具孫振振焉公所居宅曾有凶名人莫有問者公買居之或曰此地不利於」 主公笑曰吉凶在人不在地果登樞府十餘載有懸車之樂終始無尤眞」 所謂知命君子也　　　　　銘曰」 位登樞相不可謂不遇　年幾八旬不可謂不壽　明足以保其身」 ▨足以▨▨後　刻石留芳其與此山並久而不杇」 　　　　　　　　時貞祐六年五月　　　日　　　誌」 ]

　　　　樞密院使禮部尙書寶文閣大學士崔公墓誌幷銘」 ▨謂古國者必有世臣積德累行不墜箕裘之業然後可以與國相終始而」 ▨永不窮也楊公在漢四世爲公王氏仕晋與淮共流傳曰德遠而後興」 ▨▨漢南崔氏名孝思改名坦亦海東著姓也其先自雞林移籍此州至」 內史令士威於公爲六代祖在　肅王時佐淸內難及卒配饗廟庭曾祖叅政」 繼芳謚和順公祖平章事諴謚文簡公翊戴　仁廟有衛社殊功考禮部」 郞中光世妣慶源郡大夫人李氏實生公焉天資聦敏記性過人少推門蔭」 飄纓弃綺紈餘習讀書而文詞入遊國庠於金相國永胤門下登科例」 補中和縣周有飛蝗入境公巡境祈告忽大雨其災卽息以課最入調敬」 德宮錄事　明王八年分遣察訪使行問州郡前後守令政績公登第一由」 是驟遷都校署令兼軍府叅謀再巡北塞諸城檢閱戎備還爲大僕丞擢樞」 密院堂後官差遣中外使佐至夜不得寐以其勞權監察御史往赴北路」 行臺俄卽眞累轉侍御史　賜紫金魚除起居舍人兼太子司經郞出爲慶」 尙州道按察兼蔚金梁州點軍使剖決無留吏民不能欺明年」 王大弟平凉公自代邸入踐大寶　大金遣宣問使察具變爰命公到關」 伴行使還稱旨自中書舍人遷戶部侍郞右諫議大夫俄改吏部會」 上策王太子以公充讀冊使恩例尤厚卽除國子祭酒翰林學士仍掌司」 馬試明春出鎭東陲朝議皆以公爲諳練典故宜居喉舌以道宣王化由」 ▨尋拜樞密院知奏事自初至於此凡出入臺閣凡十有餘未有豪釐過」 失所歷無不帶三字遂貳春司典貢士藉所取多知名士爰授簽書樞密」 院事右散騎常侍踰年授同知院事翰林學士承旨卒以以樞密院使禮部尙」 書寶文閣大學士致仕公廉介自守不喜與俗人交旣納政居里第閉門」 ▨掃常晏然也至大金貞祐六年夏寢疾不起春秋七十九五月十有五日」 葬于靈岳山西麓去京城四里許甞娶泉府少卿朴純古女生子男二人」 長祝髮學禪陟大選歷住名藍次登丙第先公死子女三人皆有家」 其孫振振焉公所居宅曾有凶名人莫有問者公買居之或曰此地不利於」 主公笑曰吉凶在人不在地果登樞府十餘載有懸車之樂終始無尤眞」 所謂知命君子也　　　　銘曰」 位登樞相不可謂不遇　年幾八旬不可謂不壽　明足以保其身」 ▨足以▨▨後　刻石留芳其與此山並久而不朽」 　　　　　　　　　　時貞祐六年五月　　　　日　　　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