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국(高麗國) ▨▨처녀(處女) 왕씨(王氏) 묘지명 왕씨(王氏) 여인은 ▨ 정의공(定懿公) 재(梓)의 딸인데, 현종(顯宗)의 네째 왕자 정간왕(靖簡王)의 5세손이며, 숙종(肅宗)의 셋째 왕자 대원공(大原公) 효(侾)의 외손녀이다. 증조 영(瑛)은 낙랑공(樂浪公)에 봉해지고, 조부 진(禛)은 양희공(良僖公)에 봉해졌으며, 어머니 왕씨는 일찍 작고하였다. 아버지를 섬기며 효성을 다하였고, 집안에서 모실 때에도 공손하며 화목하여 아녀자의 덕이 어질고 밝았기 때문에 대원공이 더욱 사랑하여 아들처럼 여겨 후사를 전하고자 하였다. 세상에 짝이 될 만한 남자가 드물어 홀로 살았지만 태연자약하였으니, 그윽하고 아름다운 자질은 향기로운 봄꽃이 홀로 피어 있는 듯하고, 굳고 곧은 절개는 깨끗하여 ▨ 더럽혀지지 않았다. 좌우에 부리는 사람을 신중하게 선택하고 아첨하는 사람을 멀리하였으니 사람 됨됨이를 잘 알아보았으며, 재물의 유혹을 받지 않았으니 근검 절약하여 필요하지 않은 일을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부모가 살아 계실 때의 귀중한 보물과 골동품들을 ▨ 조금도 허비함이 없이 삼가며 지켰으니 아, 훌륭하다. 43세가 되던 대정(大定)¹ 23년 계묘년(명종 13, 1183) 4월 초하루 을미일에 병으로 집에서 돌아가셨다. 증고사(拯苦寺)에 빈소를 차렸다가 20일이 지난 갑인일에 조양산(朝陽山) 서남쪽 언덕에서 화장[茶毗]하였다. 유골을 거두어 12월 24일 을유일에 덕수현(德水縣)² 경내 와촌(瓦村)의 동산(東山) 기슭에 장례지내니, 예(禮)에 따른 것이다. 아, 옛 사람들은 비록 미천한 필부(匹婦)라 할지라도 ▨ 본받을 만한 한 가지 일이 있어서 ▨ 이치에 ▨ 마땅하면 혹은 사전(史傳)에 기재하기도 하고 비석에 새기어 불후의 명예를 전하도록 하였다. 하물며 이 여인은 ▨와 같은 ▨척(國戚)인데 이러한 어진 행동을 세상에 전하지 않아 사라지게 하여서야 되겠는가. 소나무▨▨▨와 같이 감화시키니, 백세(百世) 뒤에 골짜기가 변한다 하더라도, 국척(國戚) 중에 이러한 어진 여인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하여 묘지명을 짓는다. 명(銘)하여 이른다. 온화하고 공손한 사람이며 정숙하여 부인(婦人)의 어짐[仁]이 있으니 눈 같은 피부와 꽃 같은 얼굴, 검은 머리와 아름다운 눈썹, 곱고 어여쁜 자태는 하늘이 내려준 모습이었네. ▨▨하고 ▨ 조상의 제사를 잘 받들고 형제 간에 우애 있고 금슬이 좋으니 임금의 아내가 될 만하였네. 40여세가 되도록 홀로 살았으나 즐거워하였고 절조와 행실은 정결하여 흠이 없는 백옥과 같았네. 풍상(風霜)이 갑자기 ▨ 하여 난[蘭]꽃이 ▨▨▨ 한 번 눕게 되자 ▨(일어나지 못하니) 누가 슬퍼하지 않으리. 수산(壽山)도 말이 없고 백운(白雲)도 ▨▨ 천 년의 적막함을 알아줄 이 누구인가. 아, 슬프다. [출전　:　『역주 고려묘지명집성(상)』(2001)]

高麗國▨▨處女王氏墓誌銘」 王氏女▨定懿公梓之處子也顯宗第四子靖簡王」 之五世孫也肅宗第三子大原公侾之外孫也曾祖」 瑛封爲樂浪公祖禛封爲良僖公其母王氏早卒事」 父孝謹而內侍肅穆婦德賢明故大原公尤愛之如」 子秩厥後傳容世無與偶處空自若窈窕淑質春芳」 獨艶堅貞節行▨絜不累左右使令愼擇其人而遠」 侫人明鑑逆知不爲物誘勤儉節用不作無益故父」 母在時珍寶翫物▨無虛費謹而守之嗚呼賢哉年」 四十三越大定二十三年癸卯四月初一日乙未病」 卒于家殯于拯苦寺越二十日甲寅葬于朝陽山西」 南崗茶毗而拾骨越十二月二十四日乙酉葬于德」 水縣界內瓦村東山之東麓禮也噫古之人雖於匹」 婦之微賤苟有▨效一▨於理可▨者或載之於傳」 或銘之于碑以垂不朽之名況玆女也以如▨之▨」 戚有如此之賢行可使湮滅無聞而化爲松▨▨▨」 哉百世之後陵谷遷變廼知其國戚之有斯賢女▨」 ▨爲之銘其詞曰」 温温恭人　肅肅婦仁　雪膚花貌　榛首蛾眉」 麗質美艶　天賦之姿　宜▨▨藻　▨供祠」 宜友琴瑟　爲王者妃　年四十餘　處室怡怡」 節行貞潔　白玉無庇　風霜忽▨　蘭▨▨▨」 一臥▨己　孰不傷悲　壽山不語　白雲▨▨」 千載寂寥　知者其誰　嗚呼哀哉」

高麗國▨▨處女王氏墓誌銘」 王氏女▨定懿公梓之處子也顯宗第四子靖簡王」 之五世孫也肅宗第三子大原公侾之外孫也曾祖」 瑛封爲樂浪公祖禛封爲良僖公其母王氏早卒事」 父孝謹而內侍肅穆婦德賢明故大原公尤愛之如」 子秩厥後傳家世無與偶處空自若窈窕淑質春芳」 獨艶堅貞節行▨絜不累左右使令愼擇其人而遠」 侫人明鑑逆知不爲物誘勤儉節用不作無益故父」 母在時珍寶翫物▨無虛費謹而守之嗚呼賢哉年」 四十三越大定二十三年癸卯四月初一日乙未病」 卒于家殯于拯苦寺越二十日甲寅葬于朝陽山西」 南崗茶毗而拾骨越十二月二十四日乙酉葬于德」 水縣界內瓦村東山之東麓禮也噫古之人雖於匹」 婦之微賤苟有▨效一▨於理可▨者或載之於傳」 或銘之于碑以垂不朽之名況玆女也以如▨之▨」 戚有如此之賢行可使湮滅無聞而化爲松▨▨▨」 哉百世之後陵谷遷變迺知其國戚之有斯賢女▨」 ▨爲之銘其詞曰」 溫溫恭人　肅肅婦仁　雪膚花貌　榛首蛾眉」 麗質美艶　天賦之姿　宜▨▨藻　▨供祠」 宜友琴瑟　爲王者妃　年四十餘　處室怡怡」 節行貞潔　白玉無疵　風霜忽▨　蘭▨▨▨」 一臥▨已　孰不傷悲　壽山不語　白雲▨▨」 千載寂寥　知者其誰　嗚呼哀哉」 [출전　:　『高麗墓誌銘集成』(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