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유림랑 판소부감사 지상서공부사(儒林郞 判少府監事 知尙書工部事)이고 자금어대(紫金魚袋)를 하사받은 최공(崔公) 묘지명 공의 이름은 우보(祐甫)이고, 수주(水州)¹ 사람이다. 5대조는 태위 수사공(太尉 守司空)에 추봉된 융예(融藝)로, 수태사 내사령(守太師 內史令) 사위(士威)를 낳았다. (최사위는) 현종(顯宗) 때에 큰 공덕이 있어 묘정(廟廷)에 배식(配食, 配饗)되었다. 내사(內史)는 공부시랑(工部侍郞) 영언(令言)을 낳고, 공부(工部)는 호부낭중(戶部郞中) 덕준(德峻)을 낳고, 호부(戶部)는 장생령(掌牲令) 은(殷)을 낳으니, 곧 공의 아버지이다. 어머니 이씨(李氏)는 사문조교(四門助敎) 사강(思絳)의 딸이다. 공은 나면서부터 총명하고 견문이 넓고 잘 기억하였으며, 육예(六藝)²와 경전을 훤하게 두루 익혔다. 나이가 스물이 되기 전에 남성시(南省試)에 합격하고, 인종(이 즉위한) 13년 갑인년(인종 12, 1134)에 정안공(定安公) 임원후(任元厚)와 지주사(知奏事) 정항(鄭沆)의 문하에서 진사시(進士試)에 합격하였다.³ 처음 진주목사록 겸 장서기(晋州牧司錄 兼 掌書記)가 되었는데, 찰방사(察訪使) 김자의(金子儀)가 치적이 최고라고 평가하여 보고하니, 임기가 끝나자 서울의 조정으로 들어왔다. 상국(相國) 낙랑공(樂浪公) 김부식(金富軾)이 명을 받아 『삼국사(三國史)』⁴를 지었는데, 공이 이 때 수교(讎校)가 되어 새롭게 밝힌 것이 많았다.⁵ 상국이 공의 재예(才藝)가 후진 중에서 으뜸이라고 하여 여러 차례 임금에게 말하였는데, (상국이) 왕명을 출납하는 지위[喉舌之地]에 올라 정치를 담당하게 되자, 이로 말미암아 비로소 서재장판관(西材場判官)에 임명되었다. 직한림원 사문대학박사 보문각교감 첨사부사직(直翰林院 四門大學博士 寶文閣校勘 詹事府司直)을 거쳤는데 모두 당시에 뛰어나게 선발된 것이다. 정원(貞元)⁶ 원년(의종 7, 1153)에 비로소 권지감찰어사(權知監察御史)가 되고, 이듬해에 우정언 지제고(右正言 知制誥)에 임명되었다. 거듭 승진하여 좌사간(左司諫)이 되었는데, 이 때 임금이 합문(閤門)의 관직을 사사로이 유모의 남편인 내수(內竪) 정함(鄭諴)에게 제수하려 하였다. 공이 같은 반열들과 함께 힘써 간하였으나 임금의 뜻에 거스르게 되어, 상사봉어(尙舍奉御)로 좌천되고 청주목부사(淸州牧副使)가 되어 나갔다. 이듬해에 임금이 뒤늦게 후회하고 불러들여 기거사인 지제고 겸 태자문학(起居舍人 知制誥 兼 太子文學)에 임명하였다. 얼마 되지 않아 시이부낭중(試吏部郎中)으로 옮겼는데, 이듬해에 시(試)를 덜어내고 진(眞, 吏部郎中)이 되었으며, 이에 직보문각(直寶文閣)을 겸대하였다. 이 때 동쪽으로는 춘주도(春州道)⁷의 안렴사가 되고, 북으로는 금(大金國)에 사신으로 갔는데, 모두 임금의 뜻을 잘 받들었다. 임오년(의종 16, 1162)에 태부소경 보문합대제(太府少卿 寶文閤待制)에 임명되고, 다시 지방으로 나와 서해도(西海道)⁸의 안렴사가 되었다. 그 해 심하게 가뭄이 들자 혹은 세금을 가볍게 하여 백성을 소생시키고, 혹은 투항한 도적들에게는 은혜를 베푸니, 여러 도(道) 중에서 이와 견줄 만한 곳이 없었다. 계미년(의종 17, 1163) 봄에 동궁시독학사(東宮侍讀學士) 벼슬을 더하여 겸임하면서 동북면병마부사(東北面兵馬副使)가 되어 나갔다. 갑신년(의종 18, 1164 )에 남성시(南省試)를 주관하여 김모직(金謀直), 안공저(安公著) 등 합격자 100명을 얻었다.⁹ 을유년(의종 19, 1165)에 형부시랑(刑部侍郞)으로 옮기고, 같은 해에 공부(工部)로 바꾸었다. 병술년(의종 20, 1166) 가을에 다시 형부로 옮기고 재차 동번(東藩)을 담당하도록 하였는데, 이듬해 복명(復命)하였다. 발에 작은 질환이 생겨서 다니지 못하게 되었는데, 정해년(의종 21, 1167)에 판소부감사(判少府監事)로 승진하여 3품이 되었다. 병이 든 뒤부터는 한가로운 관직에 임명되어 약과 음식으로 다스리면서 쉬고자 하니, 이로 말미암아 다음해에 지공부사(知工部事)를 겸하게 하면서 지제고(知制誥)[三字]를 그만 두었다. 경인년(의종 24, 1170) 8월 17일에 집에서 돌아가시니, 향년 66세이다. 아, 공이 평생 이룬 나머지 업적과 문장은 한두 가지로 다 말할 수가 없다. 쉬지 않고 부지런히 나라 일을 받들면서 강개하여 논의하였고, 악을 보기를 원수 같이 하였다. 바른 것을 지키고 굽히지 않았으니 임금의 신하로서의 체통을 진실로 얻었다고 할 것이다. 간액(諫掖)에 임명되고 3품에 이르기까지 모두 청요직(淸要職)을 겸임하고, 한 번도 지제고[三字]를 겸임하지 않은 적이 없었으니 유자(儒者)의 영예가 또한 이미 컸다. 그러나 허망한 병이 들어 경륜이 중도에 폐하게 되었으니 아, 참으로 애석하다고 할 만하다. 옛 사람이 말하기를,¹⁰고 하였으니 공의 삶이 바로 이것이 아니겠는가. 나이가 예순이 넘었고, 작위도 3품에 이르렀으며, 끝내 수(壽)를 누리고 세상을 떠났으니, 또한 다시 무엇을 슬프다고 하겠는가. 공은 조산대부 대복경(朝散大夫 大僕卿) 왕여(王璵)의 딸과 결혼하였다. 아들은 네 명을 낳았는데, 장남 종수(宗脩)는 양온령동정(良醞令同正)이고, 차남 종필(宗弼)은 양온승동정(良醞丞同正)이며, 3남 종석(宗石)은 머리를 깎고 조계종(曹溪宗)에 투신하였으며, 4남 종주(宗柱)는 아직 어리다. 딸은 세 명을 두었는데, 장녀는 상식직장동정(尙食直長同正) 박정재(朴挺材)에게 시집갔고, 차녀는 연경궁녹사(延慶宮錄事) 김통진(金通晋)에게 시집갔으나 통진은 공보다 앞서 죽었다. 3녀는 양온령동정 김광부(金光富)에게 시집갔다. 신묘년(명종 1, 1171) 8월 12일에 의룡산(倚龍山)의 동쪽 기슭에 유골을 장례지냈다. 명(銘)하여 이른다. 아, 공이여. 여기에 무덤자리를 점쳐서 정하니 아름다운 명성과 훌륭한 덕망은 끝까지 이 산과 함께 하리로다. 산 위에는 소나무와 노송나무 울창한데 구름과 연기[雲煙]가 굽이굽이 서렸으니 공이 남긴 글이 아닌가.¹¹ 산 아래에는 샘이 솟아 멀리 흘러가는데, 졸졸 흐르면서도 맑고 깨끗한 것은 공이 남긴 복이 아니겠는가. [출전　:　『역주 고려묘지명집성(상)』(2001)]

卒儒林郞判少府監事知尚書工部事賜紫金魚袋崔公墓誌銘」 公諱祐甫水州人五代祖追封太尉守司空融藝生守」 太師內史令士威　顯廟朝有大功德配食廟庭內」 史生工部侍郞令言工部生戶部郞中德峻戶部生掌」 牲令殷卽公之父也母李氏四門助敎思絆之女也公」 生而聰悟博聞強記六藝經典皆通習之年未二」 十中南省試　仁廟十三年甲寅定安公任元厚知」 奏事鄭沆門下登進士第初調晉州牧司錄兼掌書」 記察訪使金子儀奏課最及秩滿朝京師相國樂」 浪公金富軾被命撰三國史公時爲讎校多所發明」 相國以公才藝爲後進之秀屢言於　上及執政喉」 舌之地由是始授西材場判官歷直翰林院四門大學」 博士寳文閣校勘詹事府司直皆一時之高選貞元」 元年始授權知監察御史明年拜右正言知制誥累」 遷右司諫時　上以閤門之職私於乳母之夫內竪鄭」 諴公與同列力諍忤旨貶授尙舍奉御出爲淸州牧」 副使明年　上追悔之召拜起居舍人知制誥兼太子」 文學未幾選試吏部郞中明年除試即眞仍帶」 直寶文閣時東按春州道北使大金國皆稱旨壬」 午拜太府少卿寶文閤待制復出按西海道時丁」 儉歲或施賍蘇民或宣恩降賊諸道無與爲比癸」 未春加帶東宮侍讀學士出爲東北面兵馬副使」 甲申掌南省試得合格者金謀直安公著等一百」 人乙酉轉刑部侍郞其年改授工部丙戌秋復拜刑」 部再受東藩之寄明年復命始有微恙于足不」 遂丁亥還判少府監事三品自遇疾已後乞授閑」 官便於藥餌者由是明年帶知工部事去三」 字庚寅八月十七日卒于家享年六十六嗚」 呼公之平生餘事文章不可一二而言也至於」 孜孜奉國議論慷慨疾惡如讎守正不撓者」 王臣之體誠得之矣自拜諫掖至於三品皆帶」 淸要無一官不兼三字儒者之榮亦已多矣至」 如遘無妄疾經綸中廢若可惜也古人有言」 天顔病冉孔不知其故公之生斯世也享年過」 于耳順拜爵至於三品竟以壽終亦復何傷」 乎公娶朝散大夫大僕卿王璵女生子四人長」 曰宗脩良醞令同正次曰宗弼良醞丞同正次」 曰宗石落髮投曺溪次曰宗柱尙少有女三人」 長適尙食直長同正朴挺材次適延慶宮錄事」 金通晋通晋先公卒次適良醞令同正金光富」 以辛卯八月十二日葬骨于倚龍山之東麓」 銘曰嗚呼公乎卜宅于此佳名令德與山終」 始山之上兮松檜蒼鬱雲煙氤氳者」 非公之遺文乎山之下兮泉流遠派」 潺湲澄淨者非公之餘慶乎」

卒儒林郞判少府監事知尙書工部事賜紫金魚袋崔公墓誌銘」 公諱祐甫水州人五代祖追封太尉守司空融藝生守」 太師內史令士威　顯廟朝有大功德配食廟庭內」 史生工部侍郞令言工部生戶部郎中德峻戶部生掌」 牲令殷卽公之父也母李氏四門助敎思絳之女也公」 生而聰悟博聞强記六藝經典皆通習之年未二」 十中南省試　仁廟十三年甲寅定安公任元厚知」 奏事鄭沆門下登進士第初調晋州牧司錄兼掌書」 記察訪使金子儀奏課最及秩滿朝京師相國樂」 浪公金富軾被命撰三國史公時爲讎校多所發明」 相國以公才藝爲後進之秀屢言於　上及執政喉」 舌之地由是始授西材場判官歷直翰林院四門大學」 博士寶文閣校勘詹事府司直皆一時之高選貞元」 元年始授權知監察御史明年拜右正言知制誥累」 遷左司諫時　上以閤門之職私於乳母之夫內竪鄭」 諴公與同列力諍忤旨貶授尙舍奉御出爲淸州牧」 副使明年　上追悔之召拜起居舍人知制誥兼太子」 文學未幾遷試吏部郞中明年除試卽眞仍帶」 直寶文閣時東按春州道北使大金國皆稱旨壬」 午拜太府少卿寶文閣待制復出按西海道時丁」 儉歲或弛賦蘇民或宣恩降賊諸道無與爲比癸」 未春加帶東宮侍讀學士出爲東北面兵馬副使」 甲申掌南省試得合格者金謀直安公著等一百」 人乙酉轉刑部侍郞其年改授工部丙戌秋復拜刑」 部再受東藩之寄明年復命始有微恙于足不」 遂丁亥遷判少府監事三品自遇疾已後乞授閑」 官便於藥餌者由是明年帶知工部事去三」 字庚寅八月十七日卒宇家享年六十六嗚」 呼公之平生餘事文章不可一二而言也至於」 孜孜奉國議論慷慨疾惡如讎守正不撓者」 王臣之禮誠得之矣自拜諫掖至於三品皆帶」 淸要無一官不兼三字儒者之榮亦已多矣至」 如遘無妄疾經綸中廢若可惜也古人有言」 天顔病冉孔不知其故公之生斯世也享年過」 于耳順拜爵至於三品竟以壽終亦復何傷」 乎公娶朝散大夫大僕卿王璵女生子四人長」 曰宗脩良醞令同正次曰宗弼良醞丞同正次」 曰宗石落髮投曺溪次曰宗柱尙少有女三人」 長適尙食直長同正朴挺材次適延慶宮錄事」 金通晋通晋先公卒次適良醞令同正金光富」 以辛卯八月十二日葬骨于倚龍山之東麓」 銘曰」 嗚呼公乎卜宅于此佳名令德與山終」 始山之上兮松檜蒼欝雲煙氤氳者」 非公之遺文乎山之下兮泉流遠派」 潺湲澄淨者非公之餘慶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