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상국(相國) 이공(李公)의 묘지(廟誌)와 명(銘) 공의 성은 이씨(李氏)이고, 이름은 인실(仁實)이며, 자는 자허(子虛)로, 원래 견주(見州)¹ 사람이며, 삼한공신(三韓功臣) 흠률(歆律)의 6세손이다. 어머니 대부인 김씨(大夫人 金氏)는 본래 신라왕(新羅王)의 후손이다. 공은 아홉 살에 글을 지었고, 약관(弱冠)의 나이도 되기 전에 성균시(成均試)에 합격하였으며, 스물여섯 살에 병과(丙科)에 급제하였다.² 육경(六經)³과 여러 사서(史書)들을 배워서 통달하였는데, 특히 『春秋(춘추)』에 밝았다. 나주 ⁴서기(羅州書記)가 되어 나가자 잘 다스렸다는 평판이 있어서 비로소 통의부녹사(通義府錄事)가 되었다. 마침 예종(睿宗)이 처음 학교를 세워 현명한 이들을 길렀는데,⁵ 공이 품관(品官)으로 학유(學諭)를 겸하여 여러 학생들을 가르쳤다. 공로가 있었으므로 거듭 승진하여 국자박사 겸 직사관(國子博士 兼 直史館)이 되니 『春秋(춘추)』의 강의가 세상에 행하졌다. 교주(交州)⁶의 수령이 되어 나와 관용과 위엄을 아우르며 다스리니 백성이 신명(神明)처럼 두려워하였다. 선정(善政)이 임금에게 알려지자 들어가 우정언 지제고(右正言 知制誥)가 되어 언사(言事)를 맡았고, 전중내급사(殿中內給事)로 고쳐 제수되었다. ▨ 좌정언(左正言)을 더하고 좌우사간(左右司諫)을 거쳐 중서사인 간의대부(中書舍人 諫議大夫)에 이르렀다. 또 어사잡단 지대사(御史雜端 知臺事)를 거쳐 어사대부(御史大夫)에 이르렀다. 전후하여 대성(臺省)을 출입한 지 수십 년 동안에 바른 말과 탁월한 논의를 내어 깨우치게 한 것이 많았다. 인종(仁宗)이 더욱 중용하려고 하여 동지추밀원사(同知樞密院事)로 발탁하여 임명하였다. 지추밀사 판삼사사(知樞密事 判三司事)로서 다시 좌복야 참지정사 판형부 서북면행영병마사(左僕射 叅知政事 判刑部 西北面行營兵馬事)로 승진하고, 수사도 문하평장사(守司徒 門下平章事)로서 문하시중(門下侍中)을 대신하게 하면서, 공을 판이부사(判吏部事)에 임명하였다. 1년이 지나 병을 구실로 벼슬에서 물러나 ▨ 4년 동안 한가롭게 지냈다. 금(大金) 정원(貞元)⁷ 향년 73세이다. 임금이 공부낭중(工部郞中) 유록공(庾祿公)을 보내 조문하고 위로하고, 이어 고공낭중(考功郞中) 오일취(吳日就)에게 명하여 제사에 쓰이는 물품을 내려주도록 하였다. 특진 검교태사 수사도 문하시랑동중서문하평장사 판이부사 감수국사 주국(特進 檢校太師 守司徒 門下侍郞同中書門下平章事 判吏部事 監修國史 柱國)을 추증하고, 시호를 내려 문정공(文貞公)이라고 하였다. 11월 초닷새에 담당 관리에게 명하여 노부(鹵部)를 갖추어 장례일을 마치게 하고, 사흘 동안 조회를 멈추었다. 공이 간의대부(諫議大夫)로 있을 때 성균시(成均試)를 주관하고,⁸ 지추밀원사(知樞密院事)로 있을 때 과거[春官]를 주재하였는데⁹, 모두 선비를 얻었다는 칭송이 있었다. 돌아가신 날에는 마치 노(魯)나라의 여러 유자(儒者)들이 공자(孔子)를 장례지냈던 것처럼, 모두 산이 무너지고 나무가 부러지듯이 탄식하고, 장례를 엄숙하게 도우며 슬퍼하였으니 공의 마음 씀씀이가 더욱 드러났다. 아, 공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모두 높은 관직과 훌륭한 이름을 누렸으나 쉰 살[知名]도 되어 않아 작고하였다. 공은 홀로 신하로서 가장 높은 지위에 오르고 천수를 다 누린 것은, 덕이 숨어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어찌 이 분을 군자라고 하지 않겠는가. 공의 자손으로 반드시 현달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명(銘)하여 이른다. 하늘이 우리 공을 내었으니 어질고 현명하여 작위와 덕을 함께 풍성하게 하여 위대한 공렬(功烈)을 드리우셨네. 돌에 새겨 명(銘)을 적는 것은 만세(萬世)에 밝히고자 하는 것이니 태산(泰山)은 옮길 수 있어도 이 글자들은 훼손할 수 없으리로다. [출전　: 『역주 고려묘지명집성(상)』(2001)]

故相國李公廟誌幷銘」 公姓李諱仁實字子虛本見州人三韓功臣音律六世孫也母曰大夫人金氏本」 新羅王之後也九歲屬文未弱冠入成均試二十有六歲登丙科第學通六經」 諸史尤善理春秋出補羅州書記有政聲始爲通義府錄事會　睿廟始立學」 養賢以品兼學諭訓導諸生有功累遷國子博士兼直史舘有春秋講義行於」 世出守交州行寬猛相濟之政百姓畏如神明焉善政升　聞入爲右正言知」 制誥言事改授殿中内給事▨左正言歷左右司諫至中書舍人諫議大夫」 又歷御史雜端知臺事至御史大夫前後出入臺省數十年間讜言高論多所」 發藥　仁廟益思大用擢授同知樞密院事以知樞密事判三司事又遷左僕」 射叅知政事判刑部西北面行營兵馬事以守司徒門下平章事代門下侍中」 任公判吏部事一年尋託疾致仕▨閑四載至大金貞元元年癸酉十月二十六」 日卒於私第風神不減平時焉享年七十三稔　上遣工部郎中庾祿公行吊尉」 仍命考功郞中呉日就　勑許祭尊贈特進檢校太師守司徙門下侍郞同中」 書門下平章事判吏部事監修國史柱國諡曰文貞公越十一月初五日命有」 司備鹵部葬送以終之爲輟朝三日公於諫議大夫時掌成均試知樞密院事」 時主盟春官皆有得士之稱及捐舘之日如魯國諸儒喪孔子咸歎山頽木毁」 助嚴大事以襄之益見公之用心也噫公之祖先皆享高重名而未及知命」 而卒公獨位極人臣命盡天年者非隱德在人而何是以君子謂公之子孫必」 有達人也銘曰　天生我公　旣明且哲　德兼豐　以垂盛烈　勒石紀」 辭　以耀萬世　泰山可移　此字不毁」

故相國李公廟誌幷銘」 公姓李諱仁實字子虛本見州人三韓功臣歆律六世孫也母曰大夫金氏本」 新羅王之後也九歲屬文未弱冠入成均試二十有六歲登丙科第學通六經」 諸史尤善理春秋出補羅州書記有政聲始爲通義府錄事會 睿廟始立學」 養賢以品兼學諭訓導諸生有功累遷國子博士兼直史舘有春秋講義行於」 世出守交州行寬猛相濟之政百姓畏如神明焉善政升 聞入爲右正言知」 制誥言事改授殿中內給事▨加左正言歷左右司諫至中書舍人諫議大夫」 又歷御史雜端知臺事至御史大夫前後出入臺省數十年間讜言高論多所」 發藥 仁廟益思大用擢授同知樞密院事以知樞密事判三司事又遷左僕」 射叅知政事判刑部西北面行營兵馬使以守司徒門下平章事代門下侍中」 任公判吏部事一年尋託疾致仕▨閑四載至大金貞元元年癸酉十月二十六」 日卒於私第風神不減平時焉享年七十三稔 上遣工部郎中庾祿公行吊尉」 仍命考功郎中吳日就 勑許祭奠贈特進檢校太師守司徒門下侍郞同中」 書門下平章事判吏部事監修國史柱國謚曰文貞公越十一月初五日命有」 司備鹵部葬送以終之爲輟朝三日公於諫議大夫時掌成均試知樞密院事」 時主盟春官皆有得士之稱及捐舘之日如魯國諸儒喪孔子咸歎山頹木毁」 助嚴大事以哀之益見公之用心也噫公之祖先皆享高爵重名而未及知命」 而卒公獨位極人臣命盡天年者非隱德在人而何是以君子謂公之子孫必」 有達人也銘曰 天生我公 旣明且哲 爵德兼豊 以垂盛烈 勒石紀」 辭 以耀萬世 泰山可移 此字不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