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죽음이란 사람은 누구나 면할 수 없는 것이다. 요(堯)와 순(舜) 같은 성인과, 우왕(禹王)·탕왕(湯王)·문왕(文王)·무왕(武王)과 같이 덕(德)이 있는 분이나, 주공(周公)·공자(孔子)·맹자(孟子)와 같이 현명한 이들도 죽었으니, 태어나 죽음을 맞는다는 것은 마치 낮과 밤이 서로 번갈아 들고, 추위와 더위가 서로 대신하는 것과 같다. 그러한 즉 어떻게 죽음만을 미워하고 삶만 좋아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애석한 일은 특별한 공명을 아직 세우지도 못하였는데 서둘러 멀리 떠나가야 하는 것이니, 처자와 친구들에게는 평생 슬프고 아픈 고통이 될 뿐이다. 공은 어려서부터 배움에 뜻을 두었는데, 조음(祖蔭)을 받아 신축년(예종 16, 1121)에 처음 공부영사(工部令史)가 되었다. 계속 은사(恩赦)를 입어 양온령동정(良醞令同正)이 되었는데, 관직을 가진 채[藍袖] 과거[春闈]에 응시하여 합격하고자 하였으나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황통(皇統)¹ 6년(인종 24, 1146)에 서경 전덕흥사부녹사(西京 全德興士部錄事)에 제수(除授)되고, 임기가 차자 도염령(都染令)을 더하였다. 오로지 관(官)을 지키고 직무에 봉사하는 것을 신조로 삼아서 한 번도 게을리 하거나 임무를 그만 둔 적이 없었다. 어찌 하늘은 이런 사람에게 복(福)과 선(善)을 내리지 않고, 도리어 불행과 재앙을 주어 중간에 일찍 떠나가게 하는가. 공의 증조부는 문하시중(門下侍中) 성걸(成傑)인데, 형부상서 중추원사(刑部尙書 中樞院使) 양단(楊旦)을 낳았다. 양단은 금오위장사(金吾衛長史) 경온(景溫)을 낳으니, 경온은 곧 공의 아버지이다. 공의 (성은 박씨이고) 이름은 황(璜)이며, 중서시랑평장사(中書侍郞平章事) 문공원(文公元)의 둘째 딸인 경원군부인 문씨(慶原郡夫人 文氏)를 아내로 맞아, 5남 4녀를 낳았다. 장남은 양온령동정(良醞令同正) 정화(挺華)로 배우는 것을 즐기고 도(道)를 좋아하여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으며, 항상 우혈(禹穴)²에 올라 여의주[驪珠]를 찾는 것에 뜻을 두었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어려서 죽었다. 둘째는 호부주사동정(戶部主事同正) 정재(挺材)로 하늘로부터 물려받은 자질이 밝고 뛰어나며, 성질이 빼어나게 총명하여서 그 또한 배움에 뜻을 두었다. 그 나머지는 모두 어려서 딸들은 아직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지 않았고, 아들들은 아직 이름을 이룰 수 없으니 매우 애석하다. 아, 공은 벌열(閥閱) 가문에서 나고 자라서 부귀가 모두 갖춰져 있으나 교만하거나 사치한 적이 없었다. 행동하는 것이 성실하고 온후(溫厚)하며 유순하였고, 성품이 인자한 까닭에 당시의 사람들에게 평판이 있었다. 50세에 여▨질(癘▨疾)에 걸려 갑자기 중천(重泉)으로 멀어져 갔으니, 그 애통하고 그리워함을 다 말할 수 있겠는가. 금(大金) 천덕(天德)³ 4년(의종 6, 1152) 5월 20일에 단주(端州)⁴ 마점촌(馬坫村) 산 남쪽 기슭에 유해를 장사지냈다. 나는 공의 큰아들과 한묵 간(翰墨 間)에서 함께 사귀어 공의 평생을 오랫동안 알고 있었는데, 장례를 치르면서 급하게 나에게 명(銘)을 지어주기를 요청하였다. ▨ 어쩔 수 없이 잠시 그 세월 ▨만을 적을 따름이다. 문인(門人) 어서유원관(御書留院官) 최급(崔伋)이 돌에 명(銘)을 새겨 이른다. 귀한 자는 세력으로 다른 사람에게 교만하고 부유한 자는 방자함으로 덕(德)을 능욕한다. 공은 비록 부귀하였지만 절의로운 성품으로 능히 이겨내고 인(仁)으로 사람들을 포용하고, 온화함으로 무리를 따르지 않았으며 재물(財物)을 쫓지도 않았으니 후회도 적고 허물도 적다. 하늘은 어찌하여 이런 이를 돕지 않아 등창이 몸에 생겨 탕약(湯藥)이 효험도 없이 급하게 바로 ▨하는가. 묘자리를 점쳐 남쪽 언덕에 올라 장례지냈으나 가문에 복이 남아 있으니 자손이 창성할 것이로다. 아, 슬프다. 〔출전 : 『역주 고려묘지명집성(상)』(2001)〕

嗚呼死者人之常而所不免也堯舜之聖禹湯文武之德」 周公孔孟之明而死則生之有死若晝夜之相代寒暑之」 相謝則奚足惡死而樂生哉所可惜者特功名未立而遽」 然長徃爲妻拏朋友百歲悲傷之痛耳公自弱齡有志于」 學及承祖蔭越辛丑歲初爲工部令史繼蒙赦宥至良醞」 令同正以藍袖赴春闈獲中某殤未果其志至皇統六年」 除爲西京全德興土部錄事及至爪期加爲都染令專以」 守官奉職爲心未甞惰慢廢職奈何天不福善反貽禍殃」 而中道夭歟公曾祖門下侍中成傑生刑部尙書中樞院」 使楊旦楊旦生金吾衛長史景溫景溫卽公之父也公諱」 璜娶中書侍郎平章事文公元第二女慶原郡夫人文氏」 生五男四女其一男良醞令同正挺華嗜學好道手不釋」 卷常以奮禹穴探驪珠爲志未始小忘其二戶部主事同」 正挺材天資朗秀性質頴悟亦有志于學其餘皆幼女未」 及適人男未能成名深可惜也嗚呼公生長闕闋富貴雙」 全而未甞憍多行篤醇和性含仁恕故爲時輩之推評及」 年踰知命遘癘忽疾忽隔重泉其爲痛慕可勝噵哉惟大」 金天德四年五月二十日葬骸于端州馬坫村　山南麓」 也予與公之長子同遊於翰墨間稔知公之始末及葬期」 斯迫請予爲銘▨不獲已姑誌其歲月元厼門人御書留」 院官崔仞銘于貞珉曰貴者以勢嬌人富者以蕩陵德公」 雖富貴節性能克仁而有容和而不流欠迁於物寡悔寡」 尤天何不佑疽發於身湯劑旡驗遽厼及直卜其宅兆乘」 葬南崗一門餘慶子孫蕃昌嗚呼哀哉」

嗚呼死者人之常而所不免也堯舜之聖禹湯文武之德」 周公孔孟之明而死則生之有死若晝夜之相代寒暑之」 相謝則(〔奚〕)(〔足〕)惡死而樂生哉所可惜者特功名未立而遞」 然長往(〔爲〕)妻挐朋友百歲悲傷之痛耳公自弱齡有志于」 學及承祖蔭越辛丑歲初爲工部令史継蒙赦宥至良醞」 令同正以藍袖赴春闈獲中其(〔處〕)未(〔果〕)其志皇統六年」 除爲西京全德興土部錄事及至瓜期加爲都染令專以」 守官奉職爲心未甞惰慢廢職奈何天不福善反貽禍殃」 而中道夭歟公曾祖門下侍中成傑生刑部尙書中樞院」 使楊旦楊旦生金吾衛長史景溫景溫即公之父也公諱」 璜娶中書侍郞平章事文公元第二女慶原郡夫人文氏」 生五男四女其一男良醞令同正挺華嗜學好道手不釋」 卷常以登禹穴探驪珠爲志未始小忘其二戶部主事同」 正挺材天資朗秀性質頴悟亦有志于學其餘皆㓜女未」 及適人男未能成名深可惜也嗚呼公生長閥閱富貴雙」 全而未甞憍侈行篤醇和性含仁恕故爲時輩之推評及」 年踰知命遘癘▨疾忽隔重泉其爲痛慕可勝噵哉惟大」 金天德四年五月二十日葬骸于端州馬坫村　山南麓」 也予與公之長子同遊於翰墨間稔知公之始末及葬期」 斯迫請予爲銘■不獲已姑誌其歲月▨尔門人御書留」 院官崔伋銘于■珉曰貴者以勢嬌人富者以蕩陵德公」 雖富貴節性能克仁而有容和而不流尔迁於物寡悔寡」 尤天何不佑疽發於身湯劑旡驗遽尔▨直卜其宅兆乘」 葬南崗一門餘慶子孫蕃昌嗚呼哀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