京山府副使禮部員外郞白公墓誌 李 奎 報 歲甲申孟秋京山府守白公卒于理所夫人至京師旣襄事而將葬也知予於君爲舊執使其孤希諗叔明等來泣乞銘予於是論次而識之云君爲人敦篤謹愿不抗以自高不婉而苟順實醇厚正直君子也少力學工屬文年十九擧省試中之是戊午复之五月也至六月又擧春官擢第大抵連月再㨗士所難得而君又年少故人益異焉泰和六年籍屬內侍居近密者十有九載以幹事貞固稱我朝成例凡禪敎選席使近臣之能文者主之故上以曹溪之選委君焉君精汰遴揀所得皆一時名衲子後多爲法王宗匠騰蹂叢林者又西海經契丹寇擾凋弊尤甚上遣君爲蘇復使君以便宜賑貸所活不可數民於是幾骨而復肉矣凡閱官自句覆院判官歷補秘書校書郞衛尉寺注簿少府寺丞五遷至閤門祗候未幾以禮部員外郞賜紫金魚袋拜宣州防禦副使病不克赴間一年復出守京山府到官數月病復作遂不起享年四十六以是年九月某日葬于某山於戱以君之聦明才幹得官爵壽命止於此而文章不得以潤色皇猷道德不得以康濟時用是尤可惜者己君諱賁華字無答淸州藍浦郡人也故朝議大夫判秘書省事翰林學士知制誥諱光臣之子而故太僕卿贈三重大匡諱司淸之孫也娶尙書左僕射林諱惟謙之女爲配凡生二男曰希諗祝髮爲浮屠曰叔明甫冠未仕君晩喜禪法自號叅禪居士云銘曰 於戱白君止此而已耶束髮飛騰意在千里孰云暴顚賫志入地宅兆孔寧維子孫之社

경산부부사 예부원외랑(京山府副使禮部員外郞) 백공(白公) 묘지명 갑신년(고종 11, 1224) 초가을 경산부수(京山府守) 백공(白公)이 임지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 부인이 서울에 와 초상을 끝내고 장사를 지내려 하면서, 내가 군(君)의 옛 친구인 줄 알고 그 아들 희심(希諗) 숙명(叔明) 등을 보내와 명문(銘文)을 청하므로, 내가 이에 순서를 따라 서술하기로 한다. 군은 사람됨이 독실하고 근후하여, 꿋꿋하지만 스스로 높은 체하지 않고, 유순하지만 구차히 순종하지 않으니, 실로 순후 정직한 군자다. 소년 시절에 학문에 힘쓰고 글짓기를 공부하여 19세에 성시(省試 : 國子監試)에 합격하였으니, 이는 무오년(신종 1, 1198) 5월이다. 6월 또 춘관시(春官試 : 禮部에서 보이는 시험)에 급제로 뽑히니, 대개 다달이 계속 합격하는 것은 선비로서 얻기 어려운 일인데다가 군은 더구나 연소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욱 특이하게 여기었다. 태화(泰和 : 金 章宗의 연호) 6년(희종 2, 1206) 내시(內侍)에 적을 둔 후 19년 동안이나 궁중의 근밀한 자리에 있었는데, 곧게 일을 처리하는 것으로 소문이 났다. 우리 조정의 전례가 무릇 선종과 교종(禪敎)의 인재 뽑는 일을 근신 중 글 잘 하는 이에게 맡겼기 때문에, 왕이 조계종(曹溪宗)에서 인재를 뽑는 일을 군에게 위임하였다. 군이 엄밀히 가려 뽑은 사람은 모두 당대 명승(名僧)이었으며, 그들은 후에 설법(說法)하는 우두머리가 되어 불교계에 활약한 이들이 많았다. 또 서해도(西海道)가 거란(契丹)의 침략을 받은 뒤로 피폐하기가 더욱 심하므로, 임금은 군을 보내어 소복사(蘇復使)로 삼았다. 군은 형편에 따라 구제하면서 양곡을 꾸어주니, 살려 준 것이 헤일 수 없으며, 백성들은 이로 말미암아 거의 죽어가다가 다시 살아나게 되었다. 대개 벼슬은 구복원 판관(句覆院判官)에서부터 비서 교서랑(秘書校書朗) 위위시주부(衛尉寺主簿) 소부시승(少府寺丞)을 역임하여 다섯 번째로 옮겨 합문지후(閤門祗候)에 이르렀다. 얼마 안가서 예부원외랑(禮部員外郞)으로 자금어대(紫金魚袋)를 하사받았다. 그 후 선주방어부사(宣州防禦副使)에 임명되었으나 병으로 부임하지 못하였다. 한 해를 건너 다시 경산부사(京山府守)가 되었는데, 임지에 도착한 지 수 개월만에 병이 재발하여 그만 일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향년은 46세였다. 이 해 9월 모일에 모산(某山)에 장사지냈다. 아! 군의 총명과 재간으로 관작과 수명이 여기에 그치고 말았다. 그 문장은 나라의 정치를 윤색하게 하지 못하고, 도덕은 세상을 건져 편안하게 못하였으니 이것이 더욱 애석한 일이다. 군의 이름은 분화(賁華), 자는 무구(無咎)이며, 청주(淸州) 남포군(藍浦郡) 사람이다. 돌아가신 조의대부 판비서성사 한림학사 지제고(朝議大夫 判秘書省事 翰林學士 知制誥)인 사청(司淸)의 손자이다. 상서복야(尙書僕射) 임유겸(林惟謙)의 딸을 아내로 맞아 두 아들을 낳았다. 희심(希諗)은 머리 깎고 중이 되었으며, 숙명(叔明)은 겨우 관례(冠禮)를 지냈고 아직 벼슬하지 않고 있다. 군은 늦게 선법(禪法)을 좋아하여 스스로 참선거사(參禪居士)라 불렀다. 다음과 같이 명을 짓는다. 아, 백군이여! 여기에 그치고 마는가. 소년부터 높이 뛰어올라 그 뜻은 천리에 두었는데, 뜻을 가지고 땅 속으로 들어갈 줄 누가 알았으랴! 계시는 유택(幽宅)하도 좋아 자손에게 복이 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