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용어명 | 자기 공방(磁器工房) |
---|---|
설명 | 공방은 자기와 기와, 유리 등의 물품을 만드는 작업 공간을 이르는 말로 『조선왕조실록』 연산군 11년 을축(1505) 11월 25일(병오) 조에 잡색雜色 공작청工作聽의 기록이 있어 공방을 공작청으로 기록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자기 공방은 기물을 번조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곳으로 대체로 수비水飛와 건조乾燥, 성형成形, 시문施文, 시유施釉 공간 등이 조합을 이루고 있으나 일부 시설이 생략된 요장도 확인되고 있다. 공방 시설은 철분 등 잡물 제거가 필수적이며 고화도에서 견딜 수 있도록 치밀도를 갖추어야 하는 백자 요장에서는 쉽게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백자에 비해 공정이 단순한 청자와 분청사기 요장에서는 공방의 확인이 쉽지 않다. 청자와 분청사기 공방은 고창 용계리와 용인 보정동, 음성 생리, 합천 장대리 유적 등에서 일부 확인될 뿐 매우 희소하다. 이는 조사 사례가 적은 것도 원인일 수 있으나 태토의 품질과 화력 등 청자와 백자의 기술적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즉, 백자에 비해 수비 등 그 제작 공정이 단순하여 공방 시설이 정형화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수비는 자연에서 채취한 원토에서 불순물을 제거한 가소성可塑性 원료인 점토와 고령토, 도석陶石 등에 형태를 지탱하여 주는 비가소성 원료인 규석과 장석 등 백토를 장인이 원하는 비율에 맞추어 고르게 혼합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수비 과정을 거쳐야 도자의 직접적 재료가 되는 태토(바탕흙)가 생성된다. 원토를 물에 풀어 윗물과 모래 앙금을 제거하고 고운 흙물을 받아 말리면 태토를 얻을 수 있는데, 이 과정에 가장 필수적인 시설이 수비공(수비장)이다. 한편, 수비를 실시하기 이전에 원토의 풍화 정도가 덜할 경우 인력을 이용한 디딜방아와 절구, 수력을 이용한 물레방아, 소와 말 등을 이용한 연자방아 등을 이용하여 원토를 잘게 부순 다음 수비를 실시하기도 한다. 수비공을 갖춘 공방 주변에는 수비하면서 발생한 모래 등의 수비 찌꺼기가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어 모래층 아래에서 공방이 확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모래층이 찾아지면 세심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 수비공은 보통 위가 넓고 아래가 좁은 원추형으로 축조되고 있으며 크기도 다양하다. 이들은 하나만 있는 것, 2~3개가 조합을 이루고 있는 것, 원형의 수비공과 장방형의 시설이 조합을 이루는 유형 등이 있다. 원형의 수비공 옆에 설치된 장방형의 수비 시설은 대개 나무 판재板材나 석재를 이용하여 축조되는데, 원토 분쇄공 또는 태토 찌꺼기를 버리는 구덩이로 판단된다. 이들 수비공은 매우 고운체를 이용하여 하나의 수비공만 이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여러 개의 수비공을 함께 이용하고 있다. 여러 개의 수비공은 흐르는 물을 이용하여 수비하거나 순차적으로 입자가 고운체로 걸러 다음 단계의 수비공으로 태토를 옮기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흐르는 물을 이용하는 방식은 높낮이가 다른 수비공에 물을 계속 흘려보내 자연적으로 수비하는 방식으로 윗부분에 설치된 목제나 도기로 만든 수비 시설이 유실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물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배수로가 필수적인데 이는 지표를 파고 설치하거나 통나무나 대나무를 이용하기도 한다. 지표를 파고 시설한 경우는 일부 확인이 가능하나 통나무나 대나무는 확인이 쉽지 않다. 그리고 수비공은 지상과 지하 모두에 설치될 수 있는데, 지상의 경우 대부분 나무 판재와 대형 옹기를 이용하여 설치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수비가 완료된 태토는 건조장으로 옮겨 수분을 완전히 제거한다. 수비가 완료된 태토는 연토 과정에서 잘게 부서지고 수분이 고르게 스며들어 반죽이 쉽도록 건조장에서 완전 건조를 실시한다. 자연 건조는 일반적으로 40~45일간 소요되고 있어 이 기간을 단축하고자 온돌을 이용한 강제 건조를 실시한다. 온돌 구조를 갖춘 건조장은 지상의 온돌과 연도 부분이 대부분 유실되고 아궁이 부분만 확인되어 소형 가마 또는 소성 유구 등으로 이해되어 왔는데 강진 월하리 유적 등에서 구조가 뚜렷하게 밝혀져 건조장의 일부로 확인되었다. 건조장은 온돌의 기능이 있어 장인들의 쉼터로도 활용 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태토의 수분 함량이 고르지 않거나 기포가 있으면 그릇의 제조 과정에서 파손되거나 변형되기 쉽다. 따라서 흙을 발로 밟고 적당한 크기로 반죽하는 연토 과정이 필요하다. 연토장은 대부분 공방의 한쪽 벽 옆에 점토 또는 돌을 이용하여 외곽을 구획하고 바닥과 벽면은 점토로 다진다. 장흥 월송리 유적에서는 태토의 건조를 막기 위해 물을 담아 두었던 옹기가 발견되었다. 그리고 연토장이 확인되지 않은 공방의 경우 건조장(온돌)에서 연토 과정을 진행했을 가능성도 있다. 연토장에서는 수분이 완전히 제거된 태토를 잘게 부순 다음 물을 뿌려 다지고 발로 밟는 작업을 실시한다. 이는 태토 속에 있는 수분을 고르게 분포하도록 하여 가소성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 작업이 끝나면 적당한 크기로 잘라 손으로 주무르는데 이는 태토 속에 있는 공기(기포)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연토 과정이 끝난 태토는 바로 사용할 수도 있으나 점력을 높이기 위해 오랜 시간 숙성시켜 사용한다. 연토장은 대체로 완성된 태토를 저장하는 공간이지만 원토를 저장하거나 수비 과정의 태토를 저장하고 있어 성분 분석이 필요하다. 태토가 완성되면 원하는 형태의 그릇을 만드는데 대부분은 물레를 이용하지만 틀로 찍어 내거나 흙 판을 서로 이어 붙이기도 하며, 흙덩어리를 빚고 깎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기본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성형 방법은 회전을 이용하는 물레 성형으로 이곳에서는 간단한 문양을 시문하기도 한다. 물레는 그릇을 성형하고 건조된 기물의 굽을 깎는 역할을 한다. 물레는 일반적으로 물레 구멍으로 부르는 구덩이를 파고 고정시킨다. 그러나 지상에 설치한 경우도 있어 공방에서 물레 구덩이가 확인되지 않은 사례도 있다. 또한, 물레 주변에서는 물레 부속구인 봇극과 갓모를 비롯하여 초벌의 굽깎기 통, 굽깎기 칼, 조각칼 등이 발견되기도 한다. 문양을 시문하기 위한 시설도 있으나 이들 시설은 대부분 지상에 설치되어 있어 확인이 어렵다. 다만 문양 틀陶范을 이용하여 압출 양각 기법으로 성형한 경우 틀이 찾아지기도 한다. 이때 성형 상태의 그릇은 건조 과정을 거치기 위해 ‘날 그릇 건조 칸’으로 불리는 선반 등의 공간으로 옮겨지지만 이 역시 지상에 시설되어 있어 확인이 쉽지 않다. 한편, 성형한 기물은 3일 정도 건조하여 굽을 깎거나 표면을 다듬는 정형 과정을 비롯하여 양각과 음각, 투각, 상감 등 조각적 장식이 필요한 문양을 시문하는데, 이는 그릇이 완전히 마르면 시문이 어렵기 때문이다. 날 그릇이 완성되면 초벌을 거쳐 유약을 시유한다. 시유와 관련된 시설은 원료 저장공과 유약 제조공, 유약 저장공 등이 있다. 그런데 이런 시설을 모두 갖춘 공방은 조사된 사례가 없다. 이는 이들 구덩이의 깊이가 낮아 유실되었거나 유약을 공급받아 시유만을 실시하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조사된 유약 관련 구덩이도 대부분 유실되고 일부만 남아 있어 성격이 불분명하다. 이들 구덩이는 대부분 원형 또는 타원형으로 조성되었으나 장방형으로 축조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표토를 파고 축조할 경우 불을 다져 단단하게 마무리하고 있는데 소결燒結 정도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어 그 기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유약 저장공(유약 통)은 표토를 파고 벽을 매우 단단하게 불로 다짐하여 사용한 사례도 있으나 대부분 옹기나 도기를 이용하고 있다. 한편, 다른 시설과 함께 유약 통만 확인되는 공방은 유약 전담의 제조 공방에서 유약을 공급받아 시유하였으며, 시유만을 전담하였던 공방은 생산량이 많거나 일상적인 그릇을 제작하는 공방에서 의뢰를 받아 작업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유약은 재유灰釉를 많이 사용하지만 가마에서 번조 후 발생하는 재만으로 모든 그릇을 시유하기에는 그 양이 부족하다. 따라서 부족한 유약은 조개껍질이나 장석, 규석 등을 이용하여 제조한다. 특히, 유약에 꼭 필요한 규산염은 쌀 등의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식물에서는 획득하기 힘들다. 유약에 사용하는 광물질은 주로 풍화된 것을 사용하지만 강도가 높아 이를 분쇄하기 위해 돌확과 절구, 디딜방아 , 물레방아, 연자방아 등이 필요하며, 찧거나 빻아 이를 분쇄하기 위한 공이 등이 필요하다. 공방 시설에서 가장 중요한 수비공과 연토장, 유약 관련 시설은 과학적 분석을 통해 성격을 명확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 즉, 수비공은 여러 과정을 거쳐 최종적인 태토가 완성되는데 각 수비공에 남아 있는 침전물을 분석하여 어느 단계의 원료인지 파악할 필요성이 있으며, 연토장도 일반적으로 수비가 마무리된 태토를 연토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수비 과정의 찌꺼기가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유약 관련 시설도 유약 제조 과정에 따른 다양한 시설이 있으므로 과학적 분석은 필수적이다. 그리고 공방을 보호하였던 건축물의 흔적을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이는 공방을 보호하는 건물이 간단한 움막 정도의 초가로 주초석 등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구조적 특징 때문으로 판단된다. (한성욱) |
참고문헌 | 조선후기 지방백자 가마와 공방의 성격(김정애, 목포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7), 자기 요장의 발굴조사(한성욱, 한국 매장문화재 조사연구방법론 4, 국립문화재연구소, 2008), 조선시대 가마터 작업장의 구조와 특징(조재경, 중앙고고연구 5, 중앙문화재연구원, 2009) |
구분 | 용어 |
사전명 | 한국고고학 전문사전(생산유적편) |
만족도조사
유용한 정보가 되셨나요?
- 담당부서 : 고고연구실
- 문의 : 042-860-9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