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이후 장명등은 태조 건원릉에 따라 크기가 점차 줄어들게 되었으며, 안상에 모란, 연꽃과 같은 화훼문(花卉文)을 조각하는 등 새로운 조형이 나타났다. 숙종대에 이르면 왕릉 석물은 규모가 가장 작은 정종의 후릉을 기준으로 삼아 더욱 간소화되었다. 이와 더불어 사대부묘의 장명등에 영향을 받아 비용과 공력이 많이 들지 않는 사각 장명등이 조성되었고, 하대의 운족 형태 역시 크게 변화하였다.

영·정조대에는 이름난 별간역과 석공의 활약으로 장명등 조영에 절정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체석의 폭을 줄이고 개석의 폭을 늘려 조형미를 강조했으며, 하대는 소반다리와 같은 형식으로 변하였다. 정조대에 이르면 다시 팔각 장명등이 부활하였으며, 팔각 장명등 형식은 조선 말기까지 이어졌다.

20세기 초 홍릉과 유릉에서 사각장명등이 다시 등장했는데, 이 시기의 장명등은 숙종대의 사각장명등에서 중대에 받침이 한단 더 생긴 새로운 형식이었다. 지금은 사진으로만 확인할 수 있는 명성황후의 청량리 홍릉에서 처음 등장한 형식으로 보이며, 이러한 형식은 홍릉과 유릉을 비롯해 유강원, 영휘원 등 20세기 초에 조영된 왕릉 장명등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조선시대 왕릉 석물의 크기는 정치와 경제적인 면이 고려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옛 왕릉의 석물을 재사용하거나 석물을 간소화하는 일이 이루어져 왔다.

조선시대 석물 재사용의 대표적인 예로 인릉 장명등을 들 수 있다. 1856년 인릉 천봉시 천릉지는 태종과 원경왕후 헌릉의 우강으로, 구 영릉지(舊 英陵址)에 해당되는 곳이었으며 서쪽은 장경왕후의 구 희릉지(舊 禧陵址)였다. 『인릉천봉도감의궤』에 의하면 정자석과 개석은 1515년에 조성된 구 희릉의 석물을, 체석은 1445년에 조성된 구영릉의 석물을 각각 개수하여 재사용한 것이다. 따라서 인릉의 조성연대는 19세기이지만, 인릉 장명등은 석물 재사용으로 인해 15~16세기 초 양식을 나타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 밖에 숙종대 현종의 숭릉을 조영하면서 현종비 명성왕후에 의해 민력 고갈을 이유로 효종의 구 영릉(舊 寧陵)의 석물을 재사용하였으며, 철종 예릉의 경우 공역비용 절감을 위 구 정릉(舊 靖陵)과 구 인릉(舊 仁陵)의 석물을 재사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