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necting Memories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
차갑게 식은 땅속에 70년을 기다려온 삶의 흔적이 있습니다. 녹슨 소총, 해어진 군화, 작은 단추 하나까지 단순한 유물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마지막 하루였습니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 그 하루를 오늘로 잇는 일에 함께합니다.
6·25전쟁이 멈춘 지 70년이 넘었지만,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있습니다. DMZ 일대에서는 지금도 전사자 유해발굴이 이어지고 있으며, 유해와 함께 당시 전사자들이 소지했던 유품들이 함께 수습됩니다. 흙 속에서 올라온 유품 하나하나에는 이름 없는 누군가의 시간이 담겨 있습니다.
전장을 누볐던 소총과 기관총 같은 화기류, 그리고 탄피와 탄창 등의 탄약류. 진흙 속에서도 형태를 유지한 군화류, 수통과 찬합 같은 장구류, 그리고 시계와 지갑, 하모니카 등 전장 속 일상을 담은 개인소지품까지. 종류는 달라도 모두 누군가 직접 손에 쥐고, 몸에 걸쳤던 것들입니다.
유품은 전사자의 마지막 순간을 담고 있어 추가 훼손 및 변질을 최소화하는 과학적 보존처리가 필요합니다. 유품의 재질이 다양하기 때문에 X-ray, CT 촬영 등 과학적 조사를 통해 재질 및 보존 상태를 파악하고, 적절한 보존 처리 방법을 찾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먼저 들여다봅니다.
흙 속에서 발견된 소총 두 점이 있습니다. X선으로 내부를 들여다보니, 총열에는 탄환 3발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격발된 탄환이 총열 안에 멈춰 있다는 것은 당시 사용 중에 그대로 묻혔음을 말해줍니다. 나머지 한 점은 격발장치가 소실된 상태였습니다.
예비조사가 끝나면 표면에 이물질 제거작업과 세척작업이 이어집니다. 70여년의 녹과 흙을 걷어내되, 유품이 담고 있는 흔적은 그대로 남깁니다. 안정화 작업과 건조처리를 거쳐 재질에 맞는 강화처리로 형태를 안정시킵니다.
금속만큼 어려운 것이 유기질 유품입니다. 군화, 가죽 장구류, 섬유류는 시간이 지나면서 형태 자체가 무너지기 쉽습니다. 수분 조절과 형태 복원 처리를 통해 원형에 가까운 모습을 되살리는 과정은 더디고 섬세합니다.
소도구를 이용하여 건식 세척한 후 내부 틈에 고착된 이물질을 제거하기위해 습식 세척을 합니다. 가죽에 유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가죽 유연제를 발라 둔 후, 제거하여 상온에서 건조합니다. 이 후 복원이 필요한 부분에 표면과 비슷한 상태로 표연하고자 아크릴물감을 이용하여 색맞춤을 하였습니다.
보존처리가 끝난 유품은 모두 기록으로 남습니다. 처리 전·후 사진, 3D스캔, 성분 분석 데이터, 상태 기록지까지 유품 하나에 담긴 정보가 체계적으로 축적됩니다. 이 기록은 전사자를 기억하는 방식입니다.
이름도, 얼굴도 남기지 못한 채 기억에 잊혀진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남긴 작은 유품 하나가 다시 빛을 되찾을 때, 마지막 하루는 비로소 오늘과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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